포스트

내가 상상하는 AI 네이티브 팀의 하루

내가 상상하는 AI 네이티브 팀의 하루

원문: 셩PM, 브런치 (2026년 3월 24일)
URL: https://brunch.co.kr/@103ab3ed4f1f4f6/95
분석 작성일: 2026년 3월 30일


관련글

조직은 왜 자꾸 AI 네이티브를 외치는가

개요: 이 글이 말하려는 것

이 글은 “AI 네이티브 조직”이라는 개념을 선언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그것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려는 시도다. 저자인 셩PM은 이전 글(#94)에서 “완전히, 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글(#95)은 그 ‘바꾼 이후’의 세계를 직접 묘사한다. 그 세계는 단순히 AI 도구를 더 많이 쓰는 세계가 아니다. 반복 업무가 사라지고, 직군의 경계가 흐려지고, 각자가 가진 지식을 팀 전체에 개방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세계다.

저자는 이를 세 가지 축으로 구성한다. 첫째, 없어져야 할 것들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 둘째, 직군별로 남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것. 셋째, 그 모든 것이 하나의 팀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레이어 구조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따라가다 보면, 저자가 생각하는 AI 네이티브 팀의 하루가 구체적인 실루엣으로 드러난다.


1부: 먼저 없앨 것들을 정의한다

1.1 자동화의 기준 — “반복이면 없앤다”

저자가 제시하는 자동화의 기준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시간으로 해결되는 일은 다 자동화된다.” 여기서 ‘시간으로 해결된다’는 표현은, 생각이 필요 없는 일, 즉 충분한 시간만 주어지면 누구든 처리할 수 있는 기계적 반복 작업을 뜻한다.

저자가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항목들은 다음과 같다. 대시보드를 열어서 숫자를 뽑는 일, 주간 리포트를 작성하는 일,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반복하는 일, 스펙 문서의 초안을 잡는 일, 로그를 훑어보는 일,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 마케팅 소재를 리사이징하는 일, 성과 리포트의 포맷을 맞추는 일. 이것들은 특정 직군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PM도,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마케터도 모두 해당한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이 목록을 나열하면서 “예외 없다”고 못 박는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심리적 저항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고, 특히 오랫동안 해온 일일수록 그 의미가 깊게 내면화되어 있다. 저자는 그 저항이 어디서 오는지를 정확히 짚는다.

1.2 “뉘앙스”라는 핑계와 관성의 문제

저자는 자동화 목록을 보고 드는 가장 흔한 반응을 예상한다. “그래도 사람이 직접 해야 뉘앙스가 살지.” 이 생각을 저자는 정면으로 해체한다.

그 저항이 정말 뉘앙스 때문인지, 아니면 그 일이 사라지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인지를 솔직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후자에 가깝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자동화될 업무를 지키고 있는 것은 전문성이 아니라 관성이라는 것이다.

이 지점은 매우 중요한 통찰이다. 관성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사람들은 오래된 업무 방식이 익숙하기 때문에 그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저자는 그 착각을 깨고, 이 다음에 자신이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를 빨리 생각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한다. 자동화시킨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먼저 묻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는 2026년 현재의 노동 시장 연구와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PwC의 2025년 글로벌 AI 일자리 지표 분석에 따르면 고급 AI 스킬을 보유한 근로자는 동일 직무의 비보유자보다 56%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 AI를 도구로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임금 격차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2부: 직군별로 남는 일의 본질

반복 업무를 없애고 나면, 각 직군이 원래부터 해야 했던 일의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PM,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각각에 대해 그 본질을 탐구한다.

2.1 PM — 맥락을 읽고 가설을 세우는 사람

AI 시대에 PM의 일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데이터를 뽑는 일과 분석을 수행하는 일이다. 이것들은 자동화된다. 그렇다면 PM에게 남는 일은 무엇인가?

저자는 이것을 “숫자가 왜 이런지 해석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지표가 떨어졌을 때, 그것이 계절성 때문인지, 최근 업데이트의 영향인지, 추천 품질의 문제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단순한 데이터 처리로 해결되지 않는다. 조직 전체의 맥락, 지난 의사결정의 역사, 시장 흐름에 대한 감각이 통합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해석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저자가 이 해석 능력에 더해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검증까지 가져가는 능력’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과거의 PM은 “이거 만들어 주세요”라고 요청했다면, 미래의 PM은 “이렇게 만들어 봤는데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의 변화가 아니라, PM이 실행의 영역까지 직접 확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방향은 글로벌 트렌드와도 일치한다. 딜로이트의 2026 테크 트렌드 보고서에서 연구자 Gene Kim은 AI가 “자율적인” 팀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모든 영역에서 깊은 전문성이 없어도 AI가 그 간극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도메인 전문가라면 누구든 개발자와 짝을 이뤄 큰 일을 해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PM이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은 이제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대되는 역량이 되고 있다.

2.2 개발자 — 만드는 사람에서 구조를 잡는 사람으로

AI가 코드를 짜준다. 이 사실 앞에서 많은 개발자들이 불안을 느낀다. 저자는 이 불안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개발자의 미래를 재정의한다.

“AI가 코드를 짜준다. 누구든 만든다. PM도 만든다. 디자이너도 만든다. 마케터도 만든다.” 이것이 현실이라면, 개발자의 일은 무엇이 되는가? 저자의 답은 명확하다. “사람들이 만든 기능들이 재정렬되게 하는 것.”

여기저기서 빠르게 만들어진 것들, 프로토타입, 실험, 급하게 붙인 기능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게, 전체 구조 안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게 만드는 것. 코드 퀄리티를 잡고,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스케일 가능한 구조로 다지는 것. 이것이 개발자의 새로운 미션이다.

이 관점은 매우 현실적이다. AI 도구가 개별 기능의 구현을 민주화하면, 코드베이스는 오히려 더 빠르게 복잡해진다. 각 팀원이 AI를 통해 기능을 만들어내지만,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되려면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것은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2026년 현재의 글로벌 엔지니어링 트렌드도 이를 뒷받침한다. AI 코딩 어시스턴트가 보일러플레이트 생성, 단위 테스트, 문서화 같은 기초 작업을 자동화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미 주니어 개발자 채용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대신 AI가 생성한 코드를 검증하고, 전체 아키텍처 맥락에서 통합성을 보장하는 역할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개발자의 핵심 가치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통찰은 정확하다.

2.3 디자이너 — 화면을 그리는 사람에서 경험을 통제하는 사람으로

“이제 누구든 UI를 만든다. 피그마 없이도 화면이 나온다.” 이것이 디자이너에게 위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오히려 디자이너의 역할을 더 높은 레벨로 끌어올리는 계기라고 본다.

여기저기서 빠르게 만들어진 화면들이 브랜드와 어긋나지 않게, 유저 경험이 파편화되지 않게, 전체 서비스가 하나의 톤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 기준이 되는 디자인 시스템, 원칙,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지키는 것. 이것이 디자이너의 새로운 본질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디자이너의 일은 “개별 화면을 예쁘게 만드는 일에서, 서비스 전체의 경험을 통제하는 일”로 바뀐다. 이는 스코프의 확장이기도 하고, 일의 성격 자체의 변화이기도 하다. 누가 만들어도 서비스답게 나오는 구조를 미리 만들어두는 것. 이것은 개별 창작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시스템 사고를 요구한다.

실제로 글로벌 하이브리드 인텔리전스 팀 연구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관찰된다. AI가 개별 작업의 실행을 담당하면, 인간은 그 작업들이 일관성 있는 경험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고 감독하는 역할로 이동한다. 디자이너는 그 기준의 수호자이자 설계자가 된다.

2.4 마케터 — 손발이 생긴 생각하는 사람

마케터의 변화에 대해 저자는 특히 흥미로운 표현을 쓴다. “진짜 달라지는 건 손발이 생긴다는 것이다.”

기존에 마케터는 생각은 많았지만 실행이 막혀 있었다. 랜딩 페이지 하나를 바꾸려면 티켓을 올리고 개발팀의 일정을 기다려야 했다. AB 테스트 하나를 돌리려면 개발 스프린트에 포함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까지 가는 경로가 길었다.

이제 마케터는 툴을 활용해서 직접 한다. 랜딩 페이지를 직접 만든다. 퍼널을 직접 설계하고 테스트한다. 광고 소재를 실시간으로 바꾸면서 데이터를 본다. 생각에서 실행까지의 거리가 극적으로 단축된다. 저자는 이것이 “배움의 시간이 말도 안 되게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한다.

한편, 마케터의 코어 목적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만들어진 것들이 돈을 벌게 만드는 것. 다만 그 목적을 달성하는 방식에서, 시간을 잡아먹던 반복을 없애고 실제 액션을 직접 실행하게 되는 것이 핵심적인 변화다.


3부: 시장이 이미 보내는 신호

저자는 이 변화가 이론이 아니라 이미 채용 시장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직접 채용 요청을 받으면서 관찰한 패턴이다.

마케터와 디자이너를 찾는 채용 요청에는 조건이 붙는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들을 개발 단까지 끌어올려서, 기능을 동작시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자를 찾는 채용에도 조건이 붙는다. 화면 단까지 직접 그릴 수 있어야 하고, UX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패턴이 말하는 것은 명확하다. 시장은 하나의 직무를 하나의 임팩트로 끝내는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이 전체 임팩트로 바꿔나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생각에서 설계, 구현, 검증까지 한 사이클을 혼자 돌릴 수 있는 사람. 저자는 이것을 “원빌더(One Builder)”라는 개념으로 표현한다.

반대편에서는, 시키는 것만 만드는 사람의 가치가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과거에는 손발이 묶여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AI라는 손발을 얻어서 각광받는 세상이 왔다. 반면, 손발 역할만 했던 사람들의 가치는 AI가 그 역할을 대체하면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이 관찰은 글로벌 데이터와도 일치한다. Gloat의 2026년 AI 인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혁신적인 조직들은 전통적인 기능별 사일로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AI 시스템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로 함께 일하는 하이브리드 인텔리전스 팀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서 부상하는 인재 유형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원빌더”에 해당한다. 이들은 AI를 활용해 자신의 역할 경계를 넘어서 전체 사이클을 직접 구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4부: 교환이 일어나는 팀

4.1 지식의 개방과 교환이라는 원칙

저자는 여기서 매우 중요한 통찰을 제시한다. 한 사람이 전체 임팩트를 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서로의 지식을 교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개발자는 UX와 비즈니스 감각을 배운다. 디자이너는 구현의 구조를 이해한다. 이 두 방향은 상대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저자가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마케터의 역할이다.

마케터가 가진 것, 즉 돈이 어디서 생기는지 보는 눈, 유저가 왜 돈을 쓰는지에 대한 인사이트,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감각. 이것을 본인만 쥐고 있으면 안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개발자와 디자이너에게 주입시켜야 한다. 그 사람들이 기능을 만들 때, 화면을 설계할 때, “이게 왜 돈이 되는지”를 이해하고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저자가 “원빌더”와 함께 제시하는 “원컴퍼니(One Company)”의 개념이다. 각자가 가진 도메인 지식을 개방하고 교환함으로써, 팀 전체가 사업의 전 맥락을 공유한 상태에서 움직이는 조직.

4.2 교환의 내용 — 각 직군이 제공하는 것

저자가 제시하는 교환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개발자는 개발 지식을 나눈다. 디자이너는 UX 감각을 나눈다. 마케터는 돈과 시장을 보는 눈을 나눈다. PM은 방향과 맥락을 나눈다. 각자 가진 것을 열어서 교환하는 팀. 이것이 저자가 생각하는 AI 네이티브 팀이 실제로 동작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이를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한다. “내 영역을 지키면 사라져갈 수 있다. 내 영역을 열면 전체가 산다.”

이 원칙은 단순한 협업 권장이 아니다. AI 네이티브 조직에서 각 구성원의 생존 방식을 정의하는 원칙이다. 자신의 전문성을 폐쇄적으로 지키는 것은 과거 방식이고, 그 전문성을 팀 전체에 주입하고 자신은 더 높은 레벨의 역할로 이동하는 것이 미래 방식이라는 것이다.

WEF(세계경제포럼)가 2026년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한 연구도 이 방향을 지지한다. 기술 조직과 비즈니스 팀 사이의 장벽을 제거하고, 공동 크로스펑셔널 팀으로 운영하는 것이 AI 변혁의 속도를 극적으로 높인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지식의 교환은 단순한 문화적 미덕이 아니라, 조직 생존을 위한 구조적 요건이다.


5부: 레이어로 이해하는 AI 네이티브 팀의 작동 방식

저자는 이 교환이 일어나는 팀이 실제로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레이어” 모델로 설명한다. 이 모델이 이 글 전체에서 가장 독창적인 프레임워크다.

5.1 1단계 — 인사이트 레이어: 누구든 시작할 수 있다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이 시작한다. PM이든, 마케터든, 디자이너든, 개발자든 상관없다. 유저와 대화하다가, 데이터를 보다가, 시장을 관찰하다가 “이거 해야 된다”는 확신이 생기는 순간, 그것을 기능으로 정의 내린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직군이 아니라 인사이트의 질이다.

이것은 기존 조직의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존에는 PM만이 기능을 정의할 권한을 가졌다. AI 네이티브 팀에서는 인사이트를 가진 누구든 시작점이 될 수 있다.

5.2 2단계 — 개발 레이어: 게이트키퍼가 아닌 인프라

개발자가 미리 만들어둔 구조가 있다. 기존 코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안정성 있게 새로운 것이 붙을 수 있는 구조. 개선이든 신규 기능이든, 이 레이어를 통과하면 안정적으로 릴리즈될 수 있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매우 중요한 표현을 쓴다. 개발자의 역할은 “게이트키퍼가 아니라 인프라”라는 것이다. 과거의 개발자는 요청을 검토하고 허가하는 게이트키퍼였다. 미래의 개발자는 누구든 통과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를 미리 만들어두는 인프라다. 이 역할의 재정의는 개발자의 관점과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5.3 3단계 — 디자인 레이어: 일관성의 수호자

디자이너가 미리 만들어둔 컴포넌트가 있다. 서비스의 톤 앤 매너, UX 라이팅 가이드가 있다. 기능이 이 레이어를 거치면, 기존 서비스와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착지한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이 레이어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다. 매번 새 화면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누가 만들어도 서비스답게 나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개별 아름다움에서 시스템적 일관성으로의 전환이다.

5.4 4단계 — 마케팅 레이어: 시장에서 살아 움직이게

기능이 나왔다. 마케터가 설계한 구조를 거친다. 이 기능이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어떻게 행동하게 만들고, 어떻게 돈이 되는지. 마케터의 역할은 만들어진 것이 시장에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마케터는 이 레이어를 미리 설계해두고 유지한다. 새로운 기능이 나올 때마다 처음부터 전략을 짜는 것이 아니라, 시장 접근의 구조를 미리 만들어두고 거기에 새로운 기능을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5.5 레이어 모델의 핵심 — 순차 파이프라인의 종말

저자가 이 레이어 모델에서 강조하는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는, 이것이 기존의 순차 파이프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 PM이 정의 → 개발이 만들고 → 디자인이 입히고 → 마케팅이 알린다. 이 방식은 선형적이고, 각 단계가 완료되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으며, 시작점이 언제나 PM이었다.

AI 네이티브: 누구든 인사이트가 있으면 시작하고, 각 레이어가 그것을 안정적으로 통과시켜 준다. 시작점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 누구든 시작할 수 있고, 레이어들이 그것을 프로덕트로 만들어준다.

이 구조에서 중요해지는 것은 “무엇을 만들지”가 아니라 “왜 만들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직군, 연차, 직급에 관계없이, 서비스의 방향과 전략을 이해하고 기능을 정의하고 레이어를 통과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조직에 기여할 수 있다.


6부: 하루를 그려보다

저자는 이 모든 이야기를 하루의 흐름으로 구체화한다. 이 하루는 추상적인 이상이 아니라, 위에서 설명한 모든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시간순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침 — 3분짜리 상황 파악

자동 리포트가 와 있다. 어제의 지표 변화와 이상치 요약이 이미 정리되어 있다. 3분이면 상황 파악이 끝난다. 이 3분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시간 절약이 아니다. 매일 아침 대시보드를 열고, 숫자를 뽑고, 정리하는 데 쓰이던 30분, 1시간의 시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시간은 이제 사고에 쓰인다.

오전 — 가설의 싸이클

어제 돌린 실험 결과를 본다. 가설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판단한다. 새 가설을 세운다. 바로 다음 실험을 설계하고, 직접 실행한다. 이 흐름에서 주목할 것은 판단과 실행 사이에 기다림이 없다는 점이다. 과거라면 “다음 실험을 돌리려면 개발팀 일정을 잡아야 한다”는 병목이 있었다. 이제 그것이 사라졌다. 판단과 실행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점심 전 — 유저와의 대화에 집중

유저와 대화한다. 그런데 저자는 “AI가 정리한 지난 대화 요약을 훑고 들어간다”고 표현한다. 유저와의 모든 이전 대화가 AI에 의해 정리되어 있고, 미팅 전에 그 맥락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이로써 대화 자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끝나면 “이 사람이 진짜 원했던 건 이거다”라는 한 줄 해석만 남긴다. 이 한 줄이 다음 기능 정의로 이어진다.

오후 — 정렬의 시간

각자가 만든 것들을 정렬한다. 개발자는 구조를 잡고, 디자이너는 톤을 맞추고, 마케터는 유저에게 닿게 만든다. PM은 다음 방향을 판단한다. 이것이 앞서 설명한 레이어 모델이 실제로 작동하는 시간이다. 각자가 자신의 레이어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그것들이 통합되어 하나의 프로덕트가 된다.

저녁 — 공유와 다운로드

오늘 만든 것, 판단한 것, 다음에 할 것을 공유하고 팀이 “다운로드”할 수 있는 구조로 옮겨간다. 저자가 “다운로드”라는 표현을 쓴 것은 단순한 미팅이나 보고가 아니라는 의미다. 팀 전체가 오늘의 학습을 내재화하고, 내일의 출발점을 공유된 이해 위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공유다.

이 하루에 반복 업무는 없다. 사고하는 일, 판단하는 일, 맥락을 읽는 일, 직접 실행하는 일만 남는다.


7부: 글로벌 맥락에서 바라보기

7.1 2026년 현재의 시장 현실

이 글이 제시하는 AI 네이티브 팀의 비전은 단순한 미래 예측이 아니다. 이미 진행 중인 변화를 포착하고 있다.

McKinsey의 연구에 따르면 2026년 현재 전 세계 기업의 88%가 최소 하나의 비즈니스 기능에서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전년도 78%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절반 이상의 조직이 세 개 이상의 기능에서 AI를 사용하고 있어,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WEF의 2030년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체 일자리의 22%에 해당하는 역할이 영향을 받겠지만, 1억 7천만 개의 새 역할이 생기고 9천 2백만 개의 역할이 사라져 약 7천 8백만 개의 순 일자리 증가가 예상된다. 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재편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편의 방향이 바로 저자가 묘사하는 AI 네이티브 팀의 모습과 일치한다.

7.2 “슈퍼워커”의 출현

Gloat의 연구에서 Josh Bersin이 제시한 “슈퍼워커(Superworker)” 개념은 저자의 “원빌더”와 본질적으로 같은 인재 유형을 가리킨다. 슈퍼워커는 무한한 리소스의 오케스트레이터로 기능하며, AI의 효율성과 고유하게 인간적인 역량을 결합해 기하급수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끄는 사람이다. 이들은 AI 도구의 파워유저가 아니라, AI를 중심으로 자신의 역할 자체를 재구성하는 사람들이다.

AI 변혁은 Bersin이 제시한 4단계 패턴을 따른다. 보조(15 ~ 30% 개선), 자동화(30~50% 개선), 멀티펑션 에이전트(100 ~ 200% 개선), 자율화(300% 이상 개선). 대부분의 조직이 아직 1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저자가 묘사하는 AI 네이티브 팀은 3 ~ 4단계를 향해 나아가는 조직의 모습이다.

7.3 지식 교환 원칙의 보편성

저자가 제시한 “각자의 지식을 교환하라”는 원칙은 WEF가 2026년 다보스 보고서에서 강조한 메시지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AI 변혁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과 비즈니스, 사람 팀 사이의 장벽을 제거하는 리더십과 조직 설계의 문제라는 것이다. 기술, 운영 모델, 사람이라는 세 가지 축이 함께 움직이려면 기능적 사일로가 허물어지고 크로스펑셔널 협업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8부: 이 글이 가진 의의와 한계

8.1 이 글의 의의

이 글의 가장 큰 강점은 추상적인 담론을 구체적인 하루의 이미지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AI 네이티브”라는 개념은 여러 곳에서 쓰이지만, 그것이 실제로 어떤 일상을 만들어내는지를 직군별로, 레이어별로, 시간별로 분해해서 보여준 시도는 드물다.

또한 이 글은 변화에 대한 저항의 심리를 정확하게 포착한다. “뉘앙스가 필요하다”는 저항이 실제로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안에서 온다는 통찰은, AI 전환을 다루는 많은 담론에서 잘 언급되지 않는 지점이다.

마케터의 지식을 팀 전체에 개방하라는 주장도 독창적이다. 대부분의 AI 조직 변화 담론은 개발자와 PM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마케터가 가진 시장 감각과 돈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조직 전체에 주입되어야 진정한 “원컴퍼니”가 가능하다고 주장함으로써, 마케터를 변화의 핵심 행위자로 새롭게 위치시킨다.

8.2 한계와 열린 질문들

이 글이 그리는 세계는 이상적이고 아름답다. 하지만 현실에는 몇 가지 열린 질문들이 남는다.

첫째, 레이어 구조의 병목 문제다. 누구든 인사이트를 가지고 시작할 수 있지만, 개발 레이어와 디자인 레이어, 마케팅 레이어가 모두 미리 잘 설계되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 레이어들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비용과 시간이 실제 조직에서는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둘째, 지식 교환의 깊이 문제다. 개발자가 UX 감각을 익히고, 마케터가 개발 단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사실 대단히 높은 수준의 요구다. 이것이 모든 팀원에게 동시에 요구된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사람이 극히 소수일 수 있다. 이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찾는 것도 채용 시장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셋째, 심리적 전환 비용이다. 오래 굳어진 직군 경계와 전문성에 대한 자부심을 해체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도록 팀 전체를 전환하는 것은, 기술적 도구를 도입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긴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이런 한계들은 이 글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마주쳐야 할 현실적 과제들을 드러냄으로써, 다음 단계의 논의로 이어지는 시작점이 된다.


결론 — 이 글이 말하는 인재상

이 글은 결국 하나의 인재상을 향해 수렴한다.

자신의 직군이 무엇이든, 서비스의 방향과 전략을 이해하고, 인사이트를 기능으로 정의하고, AI와 함께 그것을 직접 구현하고, 레이어를 통과시켜 프로덕트로 만들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자신이 가진 도메인 지식을 팀 전체에 개방하고, 타인의 지식을 흡수해서 더 넓은 범위에서 임팩트를 내는 사람.

저자는 이것을 “사고하는 일, 판단하는 일, 맥락을 읽는 일, 직접 실행하는 일”에 하루를 전부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 하루가 AI 네이티브 팀의 하루다.


참고 자료 및 관련 맥락

  • 셩PM, 브런치, “내가 상상하는 AI 네이티브 팀의 하루” (2026.03.24)
  • McKinsey, AI 비즈니스 기능 도입률 보고서 (2026)
  • WEF, “Four Futures for Jobs in the New Economy: AI and Talent in 2030” (2026)
  • Deloitte, “The great rebuild: Architecting an AI-native tech organization” (2025.12)
  • Gloat, “AI Workforce Trends 2026” (2026.03)
  • PwC, “2025 Global AI Jobs Barometer”
  • Gene Kim & Steve Yegge, Vibe Coding (Deloitte Tech Trends 2026 인터뷰)
  • TechRSeries, “Building AI-Native Employee Teams: A New Standard for 2026” (2026.01)

이 문서는 셩PM의 브런치 글 원문을 기반으로 작성된 심층 분석 자료입니다. 원문의 핵심 메시지를 충실하게 반영하면서, 2026년 현재의 글로벌 AI 노동시장 연구와 교차 분석하여 맥락을 보완하였습니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센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