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가 경고하는 'AI와 일의 종말': 노동 없는 세계는 누구의 낙원인가
출처: “Congress Isn’t Ready for AI ft. Senator Bernie Sanders I Shane Smith Has Questions”
Shane Smith Has Questions Podcast (VICE News), 2026년 3월 10일 공개
영상 링크: https://youtu.be/-lnMPy2tIsU?si=5nlYrOkbV5VzhGA5
관련 스레드: https://www.threads.com/@choi.openai/post/DVvlPrrDy9C
들어가며: 왜 지금 버니 샌더스인가
버몬트 주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는 미국 정치사에서 유례없이 오랜 기간 동안 일관되게 노동자 권익과 소득 불평등 문제를 제기해온 인물이다. 하원과 상원을 합쳐 35년이 넘는 의정 생활 동안 그는 줄곧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경제’를 외쳐왔다. 그런 그가 2026년 봄, VICE News의 진행자 셰인 스미스(Shane Smith)와 나눈 대담에서 인공지능(AI)의 폭주적 발전에 대해 강렬한 경고를 쏟아냈다.
이 대담은 단순한 기술 비판이 아니다. 샌더스는 AI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사회경제적 재편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그 혁명을 주도하는 주체,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을 계층, 그리고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사회적 논의가 무엇인지를 조목조목 짚는다. 특히 그는 “노동이 선택 사항이 되는 시대”에 대해 경고하며, 일론 머스크류의 낙관론이 가진 위험한 맹점을 정면으로 직격한다.
1.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혁명, 그러나 준비는 제로
샌더스는 대담의 첫 발언부터 단도직입적이다. “우리가 직면한 것은 인류 역사상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결정적인 혁명적 기술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는 스마트한 사람들 중 일부가 AI와 로봇공학이 산업혁명의 100배에 달하는 충격을 사회에 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전한다. 산업혁명이 농업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의 전환을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그 변화가 훨씬 빠른 속도로, 훨씬 광범위한 규모로 펼쳐질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샌더스가 상원 HELP(보건·교육·노동·연금) 위원회 최고위원 자격으로 2025년 10월에 발표한 공식 보고서 “빅테크 과두제의 노동자에 대한 전쟁(The Big Tech Oligarchs’ War Against Workers)”은 이 경고를 수치로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AI와 자동화는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 내에서만 약 9,700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소멸시킬 수 있다. 이는 특정 직군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패스트푸드·카운터 직원의 89%, 회계사의 64%, 트럭 운전사의 47%가 AI와 자동화로 대체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한다.
샌더스는 미국 의회가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제가 상원의원으로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이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의회에서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2. 이 혁명은 누가 주도하고 있는가
샌더스 논의의 핵심 축 중 하나는 ‘주체’의 문제다. 그는 버몬트 주 벌링턴의 시민들이나 오클랜드의 평범한 사람들이 AI 혁명을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이 혁명은 일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 빌 게이츠, 래리 엘리슨, 피터 틸 등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극소수의 초부유층이 전례 없는 규모의 자본을 투입하며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이 사람들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겁니다. 알츠하이머 치료약을 연구하는 과학자라면 우리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압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무엇을 하려는 건가요?” 그의 답은 냉정하다. 머스크와 베조스의 목표는 이미 전무후무한 부와 권력을 가졌음에도 그것을 더욱 확장하는 것이며, 지금 궤도 위에 그대로 두면 바로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샌더스의 공식 보고서도 같은 맥락을 짚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AI 업계 임원들을 핵심 정책 자리에 임명하고, 노동자 보호 규정을 약화시키며, 수만 명의 연방 공무원을 해고하여 AI 대체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혁명은 특정 계급의 이익을 위해 설계된 구조임을 시사한다.
3. 일의 종말: “노동이 선택 사항이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대담에서 가장 강렬한 대목은 ‘일의 종말’에 관한 논의다. 샌더스는 베조스의 아마존 물류 창고를 예로 든다. 베조스의 목표는 창고를 완전히 로봇화하는 것이며, 이미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진입 직급 일자리, 변호사, 회계사, 트럭 운전사, 우버 기사, 택시 기사 등 광범위한 직군이 위협받고 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접 Waymo 무인 자동차를 탔던 경험을 언급하며, 자율주행 차량이 이미 그 도시의 거리에서 드물지 않은 광경이 되었음을 전한다. 텍사스에서는 무인 대형 트럭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그는 경제적 논리를 이렇게 설명한다. “로봇 한 대를 연간 2~3만 달러에 구매하면, 그 로봇은 하루 24시간 일합니다. 아프지도 않고, 휴가도 필요 없고, 시간 외 수당도 없습니다. 공장이나 창고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이건 엄청난 거래죠.” 기업 입장에서 자동화는 이윤 극대화의 가장 명확한 경로다. 그러나 그 결과로 일자리를 잃은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샌더스는 역사적 낙관론자들이 흔히 드는 논거, 즉 ‘마차 시대 마부들도 공장 노동자로 전환되었다’는 식의 적응론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번에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옮겨갈 수 있는 일자리가 무엇인지 우리가 확실히 알지 못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4. 머스크의 “노동 선택시대” 논리가 감추는 것들
일론 머스크는 AI와 로봇이 모든 것을 해결할 테니 “노동은 선택 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샌더스는 머스크가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 발상의 핵심 모순을 파고든다.
만약 AI와 로봇이 모든 일을 하고 인간이 일하지 않는다면, 세금은 누가 내는가? 사람들이 일하지 않으면 소득세도 없고, 사회보장세도 없다. 그렇다면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는, 메디케어(Medicare)와 메디케이드(Medicaid)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정부가 ‘수당’을 지급한다고 하지만, 재원은 어디서 오며, 수당의 규모는 누가 결정하는가?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다는 것이 샌더스의 핵심 비판이다.
그러나 샌더스의 문제 제기는 경제적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노동이 가진 존재론적 가치를 건드린다. “지금 이 순간 1억 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건 그들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깊은 내면에서 우리는 모두 청소부이든 뇌외과 의사이든 우리 공동체에 기여하고 싶어 합니다.” 직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사회적 역할을 갖고, 자신이 쓸모 있다는 감각을 느끼는 것 — 이것이 노동이 단순한 임금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일하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세상이 온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살아갈 것인가? “일론 머스크의 동영상을 보며 앉아 있는 게 삶의 의미인가요?”라는 샌더스의 반문은 비아냥이 아니라 진지한 철학적 질문이다.
5. AI 안전 위기: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시나리오
샌더스는 단기적 경제 충격만이 아니라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장기 위험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그는 ‘딥러닝의 대부’로 불리며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과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타운홀을 가진 경험을 소개한다. 힌턴에 따르면 AI가 인간보다 스마트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아직 날고 있는 비행기를 만들고 있는 격인데, 어디에 착륙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비유가 인상적이다.
샌더스는 최근 주요 AI 기업을 그만둔 전문가들과도 면담했다고 전한다. 그들이 회사를 떠난 이유는 안전 우려였고, 이들은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시나리오가 더 이상 공상과학의 영역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AI 시스템이 어느 날 그 통제자, 즉 인간에게 ‘안녕히 계세요, 이제 우리는 당신의 말을 듣지 않겠습니다. 우리만의 아젠다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날이 올 것인가?” 샌더스는 이것이 오늘날 이 분야를 연구하는 진지한 전문가들이 실제로 우려하는 시나리오임을 강조한다.
6. 빌런은 없다, 그러나 구조는 있다: 부의 불평등과 세금 문제
샌더스는 AI 혁명의 정치경제학적 맥락으로 시선을 넓힌다. 오늘날 미국의 소득·자산 불평등은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상위 1%가 하위 93%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으며, 일론 머스크 한 명이 미국 가구 하위 53%의 자산 총합보다 더 많은 부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인의 60%가 월급날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현실과, 머스크가 트럼프 취임 이후 수백억 달러를 더 벌어들이는 현실이 동시에 존재한다.
AI 산업은 이 구조를 더욱 심화시킨다. 4~5개의 거대 기업이 AI 산업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며, 같은 극소수가 미디어와 소셜 플랫폼까지 장악하고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X), 저커버그는 메타(인스타그램·페이스북), 래리 엘리슨은 CBS, 제프 베조스는 워싱턴 포스트와 트위치를 소유한다. 부의 집중이 곧 정보의 집중이고, 정보의 집중이 곧 담론의 통제로 이어지는 구조다.
샌더스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부유세(wealth tax) 도입을 제안한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추진 중인 억만장자 일회성 과세안을 지지하며, 연방 차원의 부유세 법안 발의를 예고한다. 억만장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어 저소득층 의료보험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논리다. 그는 로봇세(robot tax)도 옵션으로 제시한다. AI로 노동자를 대체하는 대기업에 세금을 부과해, 그 재원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구조다.
7. 속도 조절과 중국: 현실주의적 해법론
샌더스는 AI 개발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 모라토리엄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비판자들은 “미국이 속도를 늦추면 중국이 AI 전쟁에서 이긴다”고 반론하지만, 샌더스는 냉전 시대의 역사를 예로 든다. 서로를 증오했던 미국과 소련도 핵전쟁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결국 군비 통제 협약을 맺었다. 중국 지도부도 무분별한 AI 경쟁이 가져올 통제 불능의 위험을 이해할 수 있으며, 대화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잃고 가족을 먹여 살릴 걱정에 처한 노동자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을 우선순위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현실론도 함께 제기한다.
8. 시민 연합(Citizens United)과 민주주의의 위기
샌더스는 AI·부의 불평등 문제를 미국 정치 시스템 전반의 부패 문제와 연결한다. 그 핵심에는 시민 연합(Citizens United) 대법원 판결이 있다. 이 판결은 슈퍼 PAC을 통해 선거에 무제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합헌으로 인정했으며, 이로 인해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들이 2억 9,000만 달러를 트럼프 선거 캠프에 지원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1인 1표의 민주주의 원칙과 1인 2,900억 원 규모의 정치적 영향력이 공존하는 기형적 구조다.
샌더스는 이 구조가 바로 AI·기술 정책을 포함한 모든 공공 정책이 평범한 시민의 이익이 아닌 초부유층의 이익에 맞게 설계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시민 연합 폐지가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그는 역설한다.
9. 데이터 센터와 환경 비용: 또 다른 위기
AI 혁명은 막대한 환경 비용을 수반한다. 대규모 데이터 센터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전력을 소비하며, 물 부족 지역에서도 대량의 냉각수를 필요로 한다. AI Daily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데이터 센터가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8%를 차지하고 있으며, AI 투자가 본격화됨에 따라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전국 각지에서 데이터 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샌더스의 언급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샌더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변화를 부정하며 석탄 의존도를 높이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약화시키는 상황에서, AI의 에너지 폭식이 기후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한다.
10. 대안적 미래: 기술은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샌더스는 기술 비관론자가 아니다. AI가 의료, 과학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에게 긍정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혜택이 소수 극부유층이 아닌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그가 제시하는 정책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AI와 자동화로 인한 이익을 노동자와 공유하는 구조 — 대기업이 주식의 최소 20%를 직원에게 배분하도록 의무화하고, 대기업 이사회의 45%를 노동자 직선으로 구성하는 것이 그 예다. 독일식 공동결정제가 모델이다. 둘째, 노동시간 단축 — 자동화로 생산성이 높아진다면 그 혜택이 주 32시간 근무제 도입과 같은 형태로 노동자에게 환원되어야 한다. 셋째, 강력한 과세 구조 — 부유세와 로봇세를 통해 기술 전환의 충격을 사회적으로 완충하는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나가며: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경고
버니 샌더스가 이 인터뷰에서 가장 자주 반복한 문장은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극도의 비관론자도, 막연한 낙관론자도 아니다. 그는 현실주의자로서, 지금 제대로 된 방향 설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술 혁명이 역사상 가장 심각한 불평등 심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기술이 긍정적인 속성을 갖고 있는가?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의 목표는 극소수의 부자들을 더욱 부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 한 문장이 그의 수십 분에 걸친 발언의 핵심 요지다.
AI 시대를 맞이하는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 자체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그 기술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민주적 결정 과정이다. 샌더스는 그 결정을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 논의의 자리에 의회가, 시민이, 노동자가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참고 자료
- Shane Smith Has Questions Podcast, “Congress Isn’t Ready for AI ft. Senator Bernie Sanders”, VICE News, 2026년 3월 10일
- Sanders, Bernie. “The Big Tech Oligarchs’ War Against Workers: AI and Automation Could Destroy Nearly 100 Million U.S. Jobs in a Decade.” Senate HELP Committee Report, 2025년 10월 6일
- Fortune, “100 million jobs could be wiped out from the U.S. alone thanks to AI, warns Senator Bernie Sanders”, 2025년 10월 7일
- The Hill, “Almost 100M jobs could be lost to AI, automation: Senate report”, 2025년 10월 6일
- Newsweek, “AI could ‘destroy nearly 100 million jobs,’ Senate report finds”, 2025년 10월 8일
- AEI, “Senator Sanders’ AI Report Ignores the Data on AI and Inequality”, 2025년 10월 9일
작성일: 202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