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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산업에 남겨진 두 갈래 길: "10% 성장" 또는 "40% 수익"

소프트웨어 산업에 남겨진 두 갈래 길: "10% 성장" 또는 "40% 수익"

원문: There are only two paths left for software
저자: David George (Andreessen Horowitz / a16z Growth)
발행일: 2026년 3월 23일
분석 작성일: 2026년 3월 28일


목차

  1. 배경 및 저자 소개
  2. 핵심 주장 요약
  3. 데이터로 보는 현재 상황 — 차트 분석
  4. Path 1: AI 네이티브 제품으로 성장 가속화 (+10pp)
  5. Path 2: 진정한 영업이익률 40%+ 달성
  6. Broadcom 사례 — 강경 구조조정의 실제 증거
  7. 투자자와 창업자에게 던지는 핵심 질문
  8. 이 아티클이 말하지 않은 것들 — 비판적 독해
  9. 한국 소프트웨어·IT 생태계에 대한 시사점
  10. 종합 결론

1. 배경 및 저자 소개

이 글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 Andreessen Horowitz(a16z)의 파트너 David George가 2026년 3월 23일 발표한 칼럼이다. a16z Growth 뉴스레터에 게재된 이 글은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을 향한 공개 경고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신자는 소프트웨어 CEO, 창업자, 이사회, 그리고 투자자 커뮤니티 전체다.

David George는 a16z에서 수년간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및 성장 단계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인물로, 이 글 이전에도 “State of Markets” 시리즈 등을 통해 시장 거시 전망과 소프트웨어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다뤄왔다. 이번 칼럼은 그의 논조 중 가장 직접적이고 단호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글의 논리적 토대는 세 가지다. 첫째, 공개 시장(Public Markets)이 이미 소프트웨어 섹터를 재평가(Reprice)했다는 것. 둘째, 그럼에도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여전히 “중간 어딘가”에 애매하게 걸쳐 있다는 것. 셋째, AI의 부상이 이 중간 지대를 완전히 붕괴시키고 있으며, 앞으로 12~18개월이 결정적인 분기점이라는 것이다.


2. 핵심 주장 요약

“편안한 중간 지대는 끝났다 (The comfortable middle is over)”

David George의 주장은 매우 단순하고 명쾌하다. 오늘날 소프트웨어 기업에게는 오직 두 가지 경로만이 존속 가능한 주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Path 1 — 성장 가속화: AI 네이티브 신제품을 통해 향후 12~18개월 내에 연간 매출 성장률을 10% 포인트 이상 끌어올린다.

Path 2 — 수익성 극대화: 스톡 기반 보상(SBC, Stock-Based Compensation)을 포함한 진정한 영업이익률을 40% 이상(이상적으로는 50%)으로 끌어올린다. 기간은 12~24개월.

이 두 경로는 이론상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2~18개월이라는 실행 지평선 안에서는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기업, “둘 다 조금씩” 추구하거나 “아직 검토 중”이라고 답하는 기업은 시장으로부터 계속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두 경로 사이에 존재하는 넓은 중간 지대 — 성장은 느리면서 수익도 없는 구간 — 는 앞으로 이른바 “무인지대(No Man’s Land)” 가 된다. 성장 압박, 지속적인 희석(Dilution), 밸류에이션 멀티플 압축(Multiple Compression)이 동시에 덮쳐오는 구간이다.


3. 데이터로 보는 현재 상황 — 차트 분석

글에는 네 개의 핵심 차트가 포함되어 있다. 각각이 논지를 뒷받침하는 데이터 층위를 담당하며, 순서대로 읽으면 “왜 지금이 임계점인가”를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차트 1: “Growth Fell, but Many Companies Are Still Stuck in the Middle”

이 차트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122개 상장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기업(Microsoft, Apple, Nvidia, Alphabet, Amazon, Meta, Tesla 제외)의 네 가지 지표를 함께 보여준다. R40(GAAP EBIT 기준), FCF 마진, GAAP EBIT 마진, 그리고 매출 성장률이다.

가장 눈에 띄는 사실은 R40(Rule of 40, 성장률 + 수익률의 합) 수치가 2016년 28%에서 2022년 15%까지 떨어진 뒤 2025년 21%로 소폭 반등했다는 점이다. 매출 성장률(초록색 선)도 2016년 ~26%에서 2024년 ~13%까지 꾸준히 하락했다.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는 GAAP EBIT 마진(붉은 선) 이다. 이 선은 2016 ~ 2024년 내내 마이너스 또는 제로 근처를 맴돌다가 2025년에야 겨우 +7% 수준으로 올라섰다. FCF(자유현금흐름, 파란선)는 10~21% 수준을 유지했는데, 이는 스톡 기반 보상(SBC)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는 “조정된 수치”가 실상을 얼마나 왜곡해왔는지를 보여준다. FCF는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SBC를 실제 비용으로 인식하는 순간 GAAP 기준 수익성은 거의 없었던 것과 다름없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성장도 둔화되고, 진정한 수익도 없는 상태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이것이 David George가 말하는 “중간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차트 2: “Net New Revenue in 2025”

202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순증 매출(Net New Revenue)을 카테고리별로 비교한 차트다. 좌측부터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전체($60B), OAI+Anthropic($24B), Google AI Cloud($15B), Microsoft Azure AI($11B)다. 각 막대는 시트(Seat) 기반 수익(연초록)과 소비(Consumption) 기반 수익(진초록)으로 나뉜다.

이 차트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기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의 시트 기반 매출이 여전히 압도적($~47B)이지만, 성장의 주도권은 소비 기반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OpenAI+Anthropic의 경우 $24B 중 대부분이 소비(토큰) 기반이며, ChatGPT 레이블이 붙은 부분이 그 핵심을 이룬다.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절대 규모에서 AI 플레이어들을 앞서지만, 순증 기여율에서는 OAI+Anthropic이 $24B로 단일 카테고리 중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새 돈”이 AI 소비 기반 모델로 향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차트 3: “Monthly Net New Revenue Added”

월간 순증 매출 기준으로 비교한 차트다. MSFT($1.2B), Google($3.8B), Meta($2.9B), OAI+Anthropic($8B ARR 기준), 그리고 공개 소프트웨어 기업들 전체($5.8B)가 나란히 서 있다.

이 차트의 충격은 OAI+Anthropic의 월간 순증 매출($8B)이 Google, Meta, Microsoft를 모두 능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ARR(연간 반복 수익) 기준이라 직접 비교에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지만, 성장 속도의 차이는 명확하다. 또한 공개 소프트웨어 기업 전체($5.8B)가 OAI+Anthropic 단일 플레이어보다 낮다는 사실은, AI 레이어가 기존 소프트웨어 스택의 예산을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글의 핵심 경고가 함축되어 있다. “토큰 경로에 서 있지 않다면, 당신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예산 항목 밖에 서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이 차트 하나로 설명된다.

차트 4: “Revenue / FTE ($K)”

종업원 1인당 매출(Revenue per Full-Time Employee)을 2016~2025년 추이로 보여주는 차트다. 상위 10%(Top Decile), 중위값(Median), 하위 10%(Bottom Decile)로 나뉜다.

2016년에는 상위 10%가 약 $400K, 중위값이 $200K, 하위 10%가 $120K 수준이었다. 2025년에는 상위 10%가 $800K 수준으로 두 배가량 뛰었고, 중위값도 $400K에 가까워졌다. 반면 하위 10%는 $280K 정도로 상대적으로 완만한 성장을 보였다.

이 차트의 의미는 이중적이다. 첫째, 상위 기업들은 이미 AI를 통해 1인당 생산성을 급격히 높이고 있다. 둘째, 이 격차가 커질수록 중하위 기업들의 구조적 열세가 더욱 심화된다. 저자는 이 데이터를 근거로, 엔지니어 1인당 토큰 예산을 월 $1,000 이상으로 책정하는 것이 “사치”가 아니라 “기본 전제”임을 역설한다.


4. Path 1: AI 네이티브 제품으로 성장 가속화 (+10pp)

개념의 정의: 무엇이 아닌가

저자는 먼저 이 경로를 잘못 이해하는 방식을 명확히 짚는다. 기존 제품에 챗봇을 붙이거나, Copilot 인터페이스를 추가하거나, 기존 SKU 목록에 AI를 덧씌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케팅이지 구조적 재창조가 아니다.

Path 1이 요구하는 것은 12개월 내에 회사 전체의 총 성장률을 10% 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다. 그리고 그 제품이 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찾았을 때 실제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리더십팀 포함 회사 전체를 함께 재건해야 한다.

1단계: 핵심 인재 5명을 찾아라

저자의 실행 플레이북은 의외로 인사(人事)에서 시작한다. 조직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하는, 기대치의 100배 가치를 창출할 약 5명의 인재를 찾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들의 현재 직급은 중요하지 않다. 주니어여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변화의 고통을 함께 감내할 의지가 있느냐다.

이 5명에게는 처음부터 화려한 일을 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다. 저자는 이들을 정보 수집 스프린트에 투입하라고 조언한다. 고가치 워크플로우 전반에 걸친 프로세스 캡처, SOP(표준작업절차)·티켓·트랜스크립트·요구사항 문서·정책·CRM 노트·지원 로그·이벤트 데이터·승인 경로 등의 수집이 그 내용이다.

목표는 정적인 PDF 더미가 아닌 살아있는 컨텍스트 레이어(Living Context Layer) 를 만드는 것이다. 문서화는 제품 인프라로 취급해야 한다. 정확성, 예외 처리, 지연 시간, 비용을 중심으로 평가(Eval)를 설계하고 계속 측정해야 한다.

2단계: VPs를 한 달간 관찰하고 절반을 교체하라

5명의 핵심 인재가 정보 수집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CEO는 VP들이 이 팀을 지원하는지, 외면하는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한 달 후 이 관찰 결과는 어느 임원을 남기고 어느 임원과 결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가장 정직한 데이터가 된다.

결별이 필요한 VP·디렉터와는 솔직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 자리는 방금 정보 수집 스프린트를 완수한 핵심 인재 5명과 AI 네이티브 역량을 갖춘 신진 인재들로 채워야 한다. 이렇게 구성된 새 임원팀이 진짜 전투를 위한 준비된 팀이다.

3단계: R&D의 50%를 순신제품(Net-New AI Products)에 투입하라

새로운 제품 개발 방식도 기존과는 달라야 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구조는 4인 포드(Pod) 방식이다. 디자인·제품·엔지니어링을 하나의 작동 단위로 통합하고, 첫날부터 코드를 작성하며, 인원 수가 아닌 컴퓨팅 자원으로 상한을 설정한다. 커뮤니케이션 오버헤드는 거의 제로에 가깝게 유지해야 한다.

PM(Product Manager)들은 최대한 고객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 그들의 유일한 임무는 순수한 제품 발굴(Product Discovery)이며, 레거시 프로세스에 의해 막혀서는 안 된다.

반면 최고의 엔지니어들은 새 제품 팀 최전선이 아니라 중앙 엔지니어링 조직에 남아 CTO에게 직접 보고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 흥미로운 조언이다. 저자는 이것이 반직관적으로 보일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최고 인재를 변방에 분산시키면 기술 스택이 발칸화(Balkanization)되어 초기의 유망한 진전을 질식시킬 기술적·조직적 부채를 수년치 쌓게 된다고 경고한다. AI 시대에는 최고의 엔지니어가 신제품 발굴에 있을 필요가 없다. 빠르게 배우고 출시하는 사람이면 된다. 최고 엔지니어들은 회사 전체의 기술 아키텍처를 지키되, 새로운 것에 무자비하게 우선순위를 두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4단계: 의사결정 속도를 핵심 역량으로 키워라

12개월 안에 AI 네이티브 사업을 실제로 구축하려면, 매 주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임원팀이 일주일에 최소 하루를 디자이너·PM·엔지니어의 병목을 해소하는 데만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사결정의 속도 자체가 경쟁 우위가 되는 시대다.

5단계: 비즈니스 모델을 토큰 기반으로 전환하라

새로운 사업 모델은 기존의 시트(Seat) 기반 가격 책정이 아닌 토큰(Token) / 사용량(Per-Use) 기반이어야 한다. 시트 기반 모델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고객들이 AI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는 가장 명백한 방법이 바로 “시트 수 줄이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고객의 AI 투자 절감은 시트에서 일어나지만, 새로운 성장은 토큰·소비·자동화·결과물·기계 주도 워크플로우에서 온다.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제품을 소비하고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면, 아직 진정한 AI 네이티브 제품이 아닌 것이다.

Path 1을 통과하면 얻는 것은 단순한 성장 지표 개선이 아니다. 새로운 창업 순간(Refounding Moment) 이다. 새로운 리더십팀, 새로운 에너지, 팀 전체가 수년간 함께 달릴 수 있는 서사가 생긴다.


5. Path 2: 진정한 영업이익률 40%+ 달성

SBC는 비용이다 — 이제 정직해져야 할 때

Path 2는 표면적으로 “수익성 개선”처럼 보이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기준이 까다롭다.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내세우는 FCF 마진이나 조정 EBITDA는 스톡 기반 보상(SBC)을 비용에서 제외한다. 주주 관점에서 이것은 일종의 회계적 허구다. SBC는 주주로부터 직원으로의 실질적인 부의 이전이며, 이를 제외하면 “수익”이 과대 포장된다.

저자가 말하는 40%+ 마진은 SBC를 포함한 진정한 영업이익률이다. 현재 대부분의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들에게는 이 기준이 매우 도전적인 목표다. GAAP EBIT 기준으로 플러스를 겨우 달성한 기업이 태반인 현실에서, 12 ~ 24개월 내 40~50%를 달성하려면 수술적 수준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구조 개편의 실제 내용

저자가 나열하는 실행 항목들은 구체적이고 직격적이다.

관리 레이어 단순화: 조직 계층을 줄이고 불필요한 관리 구조를 제거한다. 1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 문화를 4인 스트라이크팀 문화로 대체한다.

구현 표준화 및 맞춤 서비스 최소화: 고객마다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는 관행을 줄이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전환한다. 맞춤 서비스는 마진을 갉아먹는다.

위원회 해산: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위원회 구조를 없앤다.

가격 인상: 워크플로우를 소유하거나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 높은 영역에서는 가격을 올린다.

롱테일 고객 정리: 마진에 기여하지 못하는 장기 계약 고객들을 더 높은 기본 가격으로 이동시키거나, 이탈을 허용한다.

SBC를 비용으로 인식: 발행되는 모든 주식을 주주에서 직원으로의 이전으로 명시적으로 계산한다.

역설적인 첫 번째 조치: 엔지니어당 토큰 예산을 대폭 늘려라

수익성 개선이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가장 먼저 권고하는 조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 1인당 토큰 예산을 크게 늘리는 것이다. 엔지니어들이 토큰에 실제 돈을 쓰지 않는다면, 충분히 밀어붙이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월 $1,000은 과도한 것이 아니라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최고의 엔지니어는 이미 20 ~ 30개의 에이전트를 동시에 관리하며 10~20배의 생산성을 달성하고 있다. 이 천장이 업계 전체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4인 스트라이크팀이 10인 위원회보다 빠른 시대에, 비용 절감의 핵심은 인원 수가 아니라 구조와 도구다.

RIF(구조조정)는 필수지만, 방식이 중요하다

저자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함을 인정하면서도, 방식에 대해 강한 입장을 취한다. 조직 말단의 IC(Individual Contributor)들만 대량 해고하고 디렉터·VP 레이어를 그대로 두는 것은 시작점보다 오히려 나쁜 상태가 된다. 리더십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Path 2도 Path 1처럼 “재창업(Refounding)”의 성격을 띤다. 새로운 경영진과 함께, 성과와 주주 중심의 가치관으로 회사를 재설정해야 한다.

기존 해자(Moat)의 약화를 솔직하게 인정하라

저자는 Path 2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야 할 솔직한 점검을 요구한다. 과거의 경쟁 우위가 여전히 유효한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경쟁자들도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거나, AI를 통해 부족한 데이터를 보완할 수 있다. 통합(Integration)은 재현하기가 점점 쉬워지고 있다. 에이전트가 시스템 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워크플로우·UI 우위는 의미가 약해진다. 마이그레이션도 쉬워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경쟁사들은 이제 주변부가 아니라 핵심 모듈 자체를 공략하게 된다. 따라서 가격 결정력(Pricing Power)과 고객 유지율을 지킬 수 있는 강점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6. Broadcom 사례 — 강경 구조조정의 실제 증거

저자는 Path 2가 현실에서도 실현 가능하다는 증거로 Avago/Broadcom의 Hock Tan 사례를 든다. AI 이전 시대에 공개 시장에서 “강경 구조조정의 완성형”을 보여준 유일한 케이스라는 게 그의 평가다.

Hock Tan의 방식은 단순하다. 인수한 회사에서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비용을 무자비하게 삭감하며, 핵심 제품의 가격 결정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문화적으로는 가혹한 모델이다. 모든 창업자에게 적합한 청사진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급진적인 비용 규율, 제품 단순화, 가격 실현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공개 시장에서 증명한다.

저자는 Path 2가 패배주의처럼 들릴 수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모든 소프트웨어 기업이 Path 1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 Path 1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Path 2만이 가치 창출의 유일한 경로다.


7. 투자자와 창업자에게 던지는 핵심 질문

저자는 이사회 자료 첫 페이지에 하나의 질문을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떤 경로에 있는가? AI 신제품으로 매출 성장률 +10% 포인트? 아니면 SBC 포함 영업이익률 40%+?

투자자들도 같은 질문을 더 강하게 물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성장 곡선을 바꿀 AI 제품 엔진은 어디에 있는가? 소규모·토큰 집약적·고객 근접 팀 중심의 R&D 재설계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과 에이전트 양자 인터랙션 레이어를 구축하는 계획은 어디에 있는가? 40~50% 진정한 마진으로의 로드맵은 어디에 있는가? 희석(Dilution)을 매출 대비 줄이는 계획은 어디에 있는가?

만약 대답이 “둘 다 조금씩”이거나 “검토 중”이라면, 시장은 계속 압박을 가할 것이다.


8. 이 아티클이 말하지 않은 것들 — 비판적 독해

이 칼럼은 매우 명쾌하고 도발적인 논리를 전개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맥락이 생략되거나 단순화되어 있다.

8.1 “12개월”이라는 시간 지평의 임의성

Path 1에서 12개월 내 10% 포인트 성장 가속화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공격적인 기준이다.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 사이클, 특히 AI 네이티브 제품이 시장 적합성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이 타임라인이 현실적인지 의문이다. a16z의 포트폴리오 기업들에는 맞는 조언일 수 있지만,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에게 12개월은 지나치게 촉박할 수 있다.

8.2 “5명의 핵심 인재”라는 단순화

모든 조직에 그런 숨겨진 인재가 반드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채용 시장이 빠듯하거나, 조직 문화가 특정 방식으로 형성되어 있는 경우, 내부에서 이런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부분은 a16z의 실리콘밸리 중심적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8.3 SaaSpocalypse와의 연결

이 칼럼은 많은 업계 관찰자들이 “SaaSpocalypse(SaaS의 종말 시나리오)”라고 부르는 트렌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AI가 소프트웨어의 한계 비용을 제로에 수렴시키면, 기존 SaaS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과 해자가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는 논의다. 저자는 이 위협을 인정하면서도, 대응 방안으로 두 경로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 두 경로 모두 성공하지 못하는 시나리오 — 즉 AI가 기업의 소프트웨어 예산 자체를 근본적으로 축소시키는 시나리오 — 에 대한 논의는 비어 있다.

8.4 토큰 기반 모델로의 전환 속도

저자는 토큰/소비 기반 모델로의 전환을 당위로 제시하지만, 이 전환이 실제 기업 현장에서 얼마나 어려운지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 구매자들은 예측 가능한 비용 구조를 선호하며, 소비 기반 모델은 예산 관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이 마찰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부족하다.

8.5 “재창업 모멘트”의 내부 비용

두 경로 모두 “재창업(Refounding)”의 언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조직 내에서 대규모 인적 변화가 수반될 때 발생하는 지식 손실, 사기 저하, 브랜드 피해 등의 비용은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 구조조정은 재무제표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지만, 고객 관계나 핵심 기술 역량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9. 한국 소프트웨어·IT 생태계에 대한 시사점

이 칼럼의 논지는 미국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주된 대상으로 하지만, 한국의 소프트웨어·IT 생태계에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진다.

9.1 한국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의 상황

한국의 대표적인 SaaS 기업들은 아직 글로벌 수준의 밸류에이션 압박을 정면으로 받고 있지는 않지만, 구조적 압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AI 네이티브 스타트업들이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기능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대기업들의 AI 내재화 전략도 기존 B2B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9.2 “시트 기반에서 토큰 기반으로”의 한국적 맥락

한국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 구독 비용에 대한 지불 의향(Willingness to Pay)이 미국 대비 낮은 편이다. 이 환경에서 소비 기반 모델로의 전환은 더욱 복잡한 도전이다. 그러나 동시에, AI가 실질적인 ROI를 증명하는 방식 — 성과 연동 과금, 자동화 결과물에 대한 지불 — 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설득력 있는 가격 모델이 될 수 있다.

9.3 개발자 생산성의 양극화

Revenue/FTE 차트에서 보이는 상·하위 기업 간 격차의 확대는, 한국의 개발 조직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AI 코딩 도구(Claude Code, Cursor, GitHub Copilot 등)를 적극 활용하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 간의 생산성 격차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저자가 언급한 “엔지니어당 월 $1,000 토큰 예산”이라는 기준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진지하게 고려할 만한 벤치마크다.

9.4 “재창업” 문화의 한국적 도전

Path 1과 Path 2 모두 강도 높은 조직적 변화를 요구한다. 위계 중심의 조직 문화가 강한 한국 기업들에게, “VP의 절반을 교체한다”거나 “4인 포드로 R&D를 재편한다”는 처방은 미국보다 훨씬 높은 내부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저항 자체가 변화를 지연시키는 가장 큰 위험 요소임을 인지해야 한다.


10. 종합 결론

David George의 이 칼럼은 단순한 시장 분석을 넘어, 소프트웨어 산업의 구조적 전환점에서 리더들에게 선택을 강제하는 공개 압박이다. 그 핵심 메시지는 다음 세 문장으로 압축된다.

“Grow 10 or Earn 40.”
“Build the next product wave or build the cash machine.”
“No middle lane.”

AI의 부상은 소프트웨어 시장의 예산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토큰 소비 기반의 AI 플레이어들이 기존 시트 기반 소프트웨어 예산을 잠식하는 속도는, 2025년 데이터가 보여주듯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OAI+Anthropic의 월간 순증 매출이 Google, Meta, Microsoft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이 전환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환경에서 “조금씩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전략은 결국 어느 쪽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저자가 “무인지대”라고 부르는 이 구간에 머무는 기업들은 시장의 지속적인 압박 — 밸류에이션 멀티플 압축, 성장 기대 미달, 지속적 희석 — 에 노출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칼럼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경영자의 용기다. “10% 인력 감축” 같은 약한 형태의 변화로는 불충분하다. 조직 기계 자체를 재설계하는 강한 형태(Strong Form)의 변혁만이, AI 시대의 소프트웨어 기업에게 남겨진 실질적인 선택지다.


부록: 핵심 용어 정리

용어설명
R40 (Rule of 40)매출 성장률 + 영업이익률의 합. 소프트웨어 기업 건전성 지표. 40 이상이 이상적
SBC (Stock-Based Compensation)주식 기반 보상. FCF 계산 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수익성을 과대평가하게 함
GAAP EBIT주식 기반 보상 등을 포함한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 기준 영업이익
RIF (Reduction in Force)감원·구조조정
Living Context LayerAI 에이전트가 활용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회사 지식·프로세스 레이어
4-Person Pod디자인·제품·엔지니어링이 통합된 4인 소규모 실행 팀
Seat-based Pricing사용자 수 기반 구독 과금 모델
Consumption/Token-based Pricing실제 사용량(토큰, API 호출 등) 기반 과금 모델
Balkanization기술 스택이 파편화되어 호환성이 없어지고 관리가 불가능해지는 현상
Refounding Moment기존 회사를 사실상 새로 창업하는 수준의 조직·전략적 변혁
No Man’s Land성장도 수익도 없는 중간 지대. 시장으로부터 지속적 압박을 받는 구간

이 문서는 a16z Growth 뉴스레터 원문(2026.03.23), 포함된 4개의 차트, 그리고 공개 데이터를 종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원문 링크: https://www.a16z.news/p/there-are-only-two-paths-left-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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