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앤스로픽 연방정부 퇴출 명령 — 전면 분석
- 작성일: 2026-02-28
- 출처: 이데일리, NPR, CBS News, Fortune, NBC News, Axios, CNN 종합
- 관련기사: 트럼프, 앤스로픽 퇴출 지시…“모든 연방기관 사용 중단”
개요
2026년 2월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전격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미국 연방정부 소속 모든 연방기관이 앤스로픽(Anthropic)의 AI 기술 사용을 즉각 중단하라는 명령이었다. 이미 앤스로픽 기술을 사용 중인 기관들에는 6개월의 단계적 철수 유예 기간이 주어졌다. 이 사건은 단순한 계약 분쟁을 넘어,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 한계를 둘러싼 미국 정부와 민간 AI 기업 간의 본질적인 가치 충돌을 드러낸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1. 사건의 배경: 앤스로픽과 국방부의 계약
앤스로픽은 2025년 여름, 미국 국방부와 최대 2억 달러(약 2,9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의 목적은 “국방 운영에서 책임 있는 AI를 발전시킨다”는 것이었으며, 구체적으로는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미군의 기밀 클라우드 네트워크 환경에서 운용하는 것을 포함했다.
주목할 점은 앤스로픽의 ‘클로드 고브(Claude Gov)’가 당시까지 미 군 기밀 네트워크에서 운용 가능한 유일한 선도 AI 시스템이었다는 사실이다. OpenAI나 구글의 AI는 비기밀 네트워크에서만 운용되어 왔으며, 앤스로픽만이 기밀 환경 인증을 획득한 상태였다. 앤스로픽은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와의 협업을 통해 국방부와 정보기관의 가장 민감한 업무 영역에까지 AI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2. 갈등의 핵심: 두 가지 ‘레드라인’
앤스로픽이 국방부와의 계약에서 고수해 온 제한 조건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미국 시민에 대한 대규모 국내 감시(mass domestic surveillance)에 클로드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앤스로픽은 자사의 AI가 미국 시민을 광범위하게 추적하고 감시하는 도구로 전용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둘째, 인간의 개입 없이 완전 자율로 작동하는 무기 시스템(fully autonomous lethal weapons)에 클로드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앤스로픽은 클로드가 아직 환각(hallucination) 현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으며, 인간의 판단 없이 치명적인 군사 결정을 내리는 데 활용될 경우 의도치 않은 전쟁 확전이나 임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반해 국방부는 앤스로픽에게 클로드를 “모든 합법적인 목적(all lawful purposes)”을 위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방부 대변인 션 파넬은 이것이 “중요한 군사 작전을 위협하지 않기 위한 단순하고 상식적인 요청”이라고 주장했다.
3. 협상 결렬까지의 경과
수개월에 걸친 교착 상태
이 갈등은 2025년 하반기부터 수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심화되어 왔다. 국방부는 앤스로픽에게 “자사 기술의 군사적 사용 방식에 대해 민간 기업이 발언권을 가질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제한 조항 철폐를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2월 25일 —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최후통첩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앤스로픽에게 강도 높은 경고를 보냈다. 만약 앤스로픽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 기업으로 지정하겠다고 위협했다. 이 지정은 통상 외국 적대 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의심되는 기업에 적용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앤스로픽이 정부와 거래하는 모든 기업의 공급망에서 배제될 수 있음을 의미했다. 헤그세스는 또한 한국전쟁 시대의 법률인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DPA) 을 발동해 앤스로픽에게 무제한 버전의 클로드를 강제로 제출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2월 27일 오전 — 다리오 아모데이 CEO의 선언
앤스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같은 날 오전 공개 성명을 통해 “어떤 위협도 우리의 입장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우리는 양심적으로 그들의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며 단호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또한 “앤스로픽은 국방부가 군사적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이해한다. 우리는 특정 군사 작전에 반대한 적이 없으며, 임의적인 방식으로 기술 사용을 제한하려 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2월 27일 오후 5시 1분 — 데드라인 도래
국방부는 앤스로픽에게 오후 5시 1분까지 모든 제한 조항을 철폐하거나, 그에 응하는 입장을 제출하라는 최후통첩을 내렸다. 앤스로픽 측이 제출한 새 계약 초안 언어가 “사실상 진전이 없었으며, 타협안처럼 포장된 법률 용어에 이미 안전장치를 무시할 수 있는 허점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2월 27일 오후 — 트럼프의 트루스소셜 폭탄 선언
데드라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다음과 같은 게시물을 올렸다.
“앤스로픽의 좌파 얼간이들이 국방부를 압박해 헌법보다 자사 서비스 약관을 따르도록 강요하려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따라서 나는 미국 연방정부의 모든 연방 기관에 앤스로픽의 기술 사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지시한다. 우리는 그것이 필요 없고, 원하지도 않으며, 다시는 그들과 거래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어 “앤스로픽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사용해 이를 강제할 것이며, 심각한 민사·형사적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4. 핵심 쟁점의 이면: 기술 안전과 군사 주권의 충돌
표면적으로 이 갈등은 계약 조건을 둘러싼 협상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민간 AI 기업이 자사 기술의 정부 사용 방식에 제한을 둘 수 있는가?
국방부 측은 이를 민간 기업이 군사 정책과 작전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행위로 본다. “계약자가 정부 정책 결정에 발언권이 있다고 믿는다면 다른 정부 업무에도 신뢰할 수 없다”는 논리다. 또한 연방법과 국방부 정책이 이미 대규모 감시와 자율 무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앤스로픽의 계약상 제한 조항은 중복적이고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앤스로픽은 자사의 AI 기술이 미국 민주주의와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AI 개발사로서의 윤리적 책임이라고 본다. 클로드가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인간의 개입 없이 치명적인 결정을 내리는 자율 무기에 활용될 경우 되돌릴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기술적 판단도 그 배경에 있다.
5. 앤스로픽에 대한 경제적 충격
직접적 피해
2억 달러 규모의 국방부 계약이 파기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앤스로픽의 전체 매출이 약 140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계약 자체는 존립을 위협할 규모가 아니다.
더 심각한 간접 피해
진짜 위협은 ‘공급망 위험’ 기업 지정이다. 만약 이 지정이 현실화될 경우, 국방부와 거래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앤스로픽 기술을 사용하는 자신들의 업무가 계약 위반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클로드 사용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앤스로픽 수익의 상당 부분이 대형 엔터프라이즈 고객사들과의 계약에서 나오고, 그중 상당수가 정부와 접점이 있다는 점에서 파급 효과가 막대할 수 있다.
또한 앤스로픽은 약 3,800억 달러(약 550조 원) 의 기업가치로 평가받으며, 2026년 중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있었다. 이번 사태가 투자자 신뢰도와 IPO 일정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팔란티어(Palantir)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다. 팔란티어는 클로드를 기반으로 군과 정보기관의 가장 민감한 업무를 처리해 왔기 때문에, 앤스로픽과의 계약 종료 이후 대체 AI 시스템을 새롭게 검증하고 통합해야 하는 복잡한 과제를 떠안게 된다.
6. 실리콘밸리로 번지는 파장: 업계 전반의 연대
이번 사태가 업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앤스로픽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OpenAI CEO 샘 올트먼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국방부가 이런 기업들에게 국방물자생산법을 위협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하며 앤스로픽의 입장에 상당 부분 동조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서도 “우리는 AI가 대규모 감시나 자율 살상 무기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오랫동안 믿어 왔으며, 이것은 우리의 핵심 레드라인”이라고 밝혔다. 다만 OpenAI는 아직 기밀 시스템 접근 계약이 없어, 앤스로픽과 동일한 직접적 압박을 받지는 않는 상황이다.
구글과 OpenAI의 직원 수백 명이 이틀 새 각자 회사 경영진에게 앤스로픽의 입장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했다. 구글 직원 100여 명은 최고 과학자 제프 딘에게 서한을 보내 제미나이(Gemini) AI 모델에도 유사한 제한을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국방부와 앤스로픽이 합의에 이르기를 바라면서도, “만약 해결되지 않더라도 세상의 끝은 아니다. 국방부가 함께 일할 수 있는 다른 AI 회사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7. 앤스로픽 이후의 대체 시스템: 과연 가능한가?
국방부 입장에서도 앤스로픽과의 결별은 상당한 고통을 수반한다. 클로드는 국방부 내부에서 높은 신뢰와 만족도를 쌓아왔으며, 기존 시스템 전체를 대체해야 하는 기술적 부담이 크다.
현재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일론 머스크의 xAI(Grok) 다. xAI는 최근 기밀 시스템에서의 군 사용을 허용하는 계약에 서명하면서 앤스로픽의 후계자 자리를 넘겨받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부 전문가들은 Grok이 클로드만큼 성숙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구글의 제미나이와 OpenAI의 ChatGPT는 비기밀 시스템에서는 이미 사용 중이지만, 기밀 환경 인증을 새로 취득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8. 정치적 맥락: “워크 AI”를 향한 트럼프 행정부의 적대감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앤스로픽을 ‘좌파적(woke)’ AI 기업이라고 지속적으로 공격해 왔다. 트럼프는 이번 성명에서도 앤스로픽 직원들을 “좌파 얼간이들(Leftwing nut jobs)”이라고 칭했으며, “급진적 좌파 기업이 우리 위대한 군대의 전쟁 방식을 지시하도록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의 에밀 마이클 연구·공학 담당 차관은 다리오 아모데이 CEO를 소셜미디어에서 “거짓말쟁이”이자 “신 콤플렉스를 가진 자”라고 공격하면서, “그는 개인적으로 미 군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만 마이클은 이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선의에 기반한 논의라면 언제든 대화에 열려 있다”고 말해 완전한 단절보다는 협상 재개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도 이 사태에 반응했다. 에드 마키 상원의원과 크리스 반 홀런 상원의원은 헤그세스 장관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미국 AI 기업이 기본적인 안전장치 유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처벌하겠다는 위협은 민주주의적 가치와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동시에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9. 더 넓은 함의: AI 거버넌스의 새로운 전선
이 사건은 미국 AI 거버넌스의 근본적인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국방·안보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때, 기술 개발사의 윤리 기준과 정부의 주권 중 무엇이 우선인가라는 질문이다.
오늘날 주요 AI 시스템들은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군이 가장 첨단의 AI 기술을 원한다면 민간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민간 기업이 만든 AI에는 그 기업의 가치관과 정책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적 긴장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앤스로픽이 법원에서 이 지정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억 달러의 엔터프라이즈 계약이 걸린 상황에서 법적 대응은 현실적인 선택지다. 그러나 법적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앤스로픽의 IPO 일정에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도 있다.
10.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국방부가 6개월의 유예 기간 동안 대체 AI 시스템 검증과 내부 시스템 전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xAI의 Grok이 우선적인 후보로 거론되지만, 기밀 환경에서의 신뢰성과 성능 면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OpenAI와 구글도 기밀 네트워크 인증 획득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이 사태가 AI 업계 전반에 걸쳐 중요한 선례를 남길 것이다. 다른 AI 기업들은 정부 계약을 추진하면서 앤스로픽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유사한 원칙을 고수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OpenAI와 구글 내 직원들의 청원 움직임은 이미 업계 내에서 원칙 있는 협력과 무조건적인 순응 사이의 균열이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사태가 발발한 이후에도 자사의 기업가치와 매출이 지속 성장해왔다고 언급했다. 이번 결정이 앤스로픽의 브랜드와 입지에 궁극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향후 수개월에 걸쳐 판가름 날 전망이다.
참고 자료
- 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2026.02.28)
- NPR: President Trump bans Anthropic from use in government systems
- CBS News: Trump orders federal agencies to stop using Anthropic’s AI technology
- Fortune: Trump orders U.S. government to stop using Anthropic
- NBC News: Trump tells government to stop using Anthropic’s AI systems
- Axios: Trump moves to blacklist Anthropic’s Claude from government work
- CNN: Trump instructs federal agencies to stop work with Anthropic
작성 일자: 202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