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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 도래 이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AGI 도래 이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카네기멜론대학교 Po-Shen Loh 강연 완전 분석

원본 영상: What you must know before AGI arrives | Carnegie Mellon University Po-Shen Loh
한국어 번역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Mxt73V9sBRA
게시일: 2026년 2월 3일
분석 작성일: 2026-03-09


들어가며 — 이 강연이 중요한 이유

이 강연은 단순한 AI 기술 소개 영상이 아니다. 카네기멜론대학교의 수학 교수이자 미국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Po-Shen Loh(나이 기준 1982년생, 한자명 罗博深)가 수십 년간 교육 현장과 연구실을 오가며 직접 경험하고 체득한 통찰을 응축한 강연이다. 그는 이 영상에서 두 편에 걸쳐 연재했던 “AI 시대의 교육” 강연 시리즈를 하나의 완결된 흐름으로 재편집하여, 인류가 AGI(범용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기 전에 반드시 직면해야 할 본질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Loh 교수는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에서 수학 학부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석사를,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0년부터 카네기멜론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4년부터 2023년까지는 미국 IMO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팀을 2015년과 2016년 연속 세계 1위로 이끌었다. 학자로서의 경력 외에도 그는 수학 교육 플랫폼 Expii와 실시간 온라인 수업 플랫폼 Live를 창업한 사회적 기업인이며,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접촉 추적 앱 NOVID를 개발한 공중보건 혁신가이기도 하다. 현재는 연간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강연을 진행하며, AI 이후 시대의 교육 문제를 직접 발로 뛰며 탐색하고 있다.

이 강연의 핵심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AI가 우리의 인지 능력을 대체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 문장 안에 강연 전체가 담겨 있다.


1부. 창의성만으로는 AI를 앞설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AI 시대에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열쇠로 “창의성”을 꼽는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은 기계가 따라오기 어렵다는 논리다. Loh 교수 역시 한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2024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벌어진 사건은 그 믿음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2024년 7월, Google DeepMind의 AlphaProof와 AlphaGeometry 2 시스템이 IMO 6문제 중 4문제를 풀어냈다. 42점 만점에 28점을 얻어 은메달 수준의 성적을 달성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AlphaProof가 푼 문제 중 하나가 당해 대회 전체 609명의 참가자 중 단 5명만이 풀어낸 최고 난이도 문제였다는 사실이다. 이 결과는 세계적인 수학자 팀 가워스(Fields Medal 수상자)와 조셉 마이어스가 공식 채점 기준에 따라 직접 검증했다. 심지어 2025년에는 Gemini Deep Think의 고급 버전이 6문제 중 5문제를 풀어 금메달 수준에 도달했다. IMO는 그 해의 어떤 수학 대회에서도 등장한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문제들로만 구성된다는 점에서, 이 성과는 단순한 패턴 암기를 넘어선 진정한 수리적 창의성의 영역에 AI가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Loh 교수가 이 사실에서 끌어내는 결론은 불편하지만 명확하다. AI의 창의력은 이미 특정 영역에서 인간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인간 지능의 유일한 특이점은, 인간이 여전히 인간의 존재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뿐이다.” 창의성이라는 방패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2부. AI가 가장 먼저 침범하는 곳 — 글쓰기와 숙제

학교 현장에서 AI가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용도는 작문 과제를 대신 완성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에세이, 독후감, 논술 과제를 ChatGPT나 Claude에게 맡기고 결과물을 제출한다. 표면적으로는 시간을 절약하는 효율적 행동처럼 보이지만, Loh 교수는 이것이 인류 문명에 장기적으로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 이유는 대형 언어 모델(LLM)의 작동 원리와 직결된다. AI가 언어에 뛰어난 것은, 그것이 본질적으로 언어의 패턴을 학습하고 재현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즉 글쓰기 능력은 AI가 가장 잘하는 것이다. 문제는 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목적이 단순히 좋은 글을 생산하는 것에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글쓰기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이다. 주장을 세우고, 근거를 배열하고, 반론을 검토하고, 결론에 이르는 과정 자체가 뇌를 단련하는 운동이다.

Loh 교수는 이를 운동에 비유한다. “운동을 위해 1마일을 뛰어야 하는데, 차를 타고 1마일을 달리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운동 효과는 전혀 없다. AI로 작문 숙제를 대신 시키는 것은 정확히 그런 행위다. 몸이 허약해지듯, 논리적 사고력이 위축된다. 그리고 논리적 사고력을 잃은 사람은 어떤 주장이 자신 앞에 놓이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존재가 된다. 타인이 건네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의존적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는 특히 LLM의 강점이 “L”에 있음을 강조한다. Language. 언어다. 따라서 다음 세대가 AI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역설적으로 언어 능력, 독서, 쓰기, 논리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더욱 철저하게 길러야 한다. AI가 가장 잘하는 것을 AI에게 맡기면, 인간은 그 능력을 스스로 잃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인간은 AI의 아래에 위치하게 된다.


3부. 학생이 아닌 교사처럼 생각하라

Loh 교수의 강연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실천 가능한 교육 철학이 이 챕터에 담겨 있다.

그는 말한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숙제를 어떻게 하고 시험을 어떻게 보는지 배웠다. 오늘날에는 누구나 숙제를 어떻게 채점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이 한 문장이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압축한다.

숙제를 푸는 사람(학생)과 숙제를 채점하는 사람(교사)의 차이는 무엇인가? 채점하는 사람은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고 과정이 올바른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AI 시대에 인간이 해야 할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이 맞는지 틀린지를 판별하고, 어떤 방향으로 더 개선할지를 결정하는 능력. 검증하고 평가하는 능력이 생성하는 능력보다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는 자신이 고등학생 인터뷰를 진행할 때 쓰는 방식을 소개한다. 그는 학생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제를 만날 때까지 질문을 계속한다. 그 순간이 오면 — 몸짓에서 당황함이 느껴지는 그 순간 — 그때부터가 진짜 면접이다. 그는 힌트를 주기 시작하고, 학생이 그 힌트들을 얼마나 빠르게 종합하여 자신만의 해법을 구성하는지를 본다. 정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사고의 유연성과 합성 능력을 보는 것이다.

이것이 Loh 교수가 말하는 “교사처럼 생각하기”의 구체적인 의미다. 낯선 문제를 보고 당황하지 않고, 주어진 단서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내는 능력. 이것은 어릴 때부터 훈련하지 않으면 나중에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

그는 또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입시 문화를 겨냥한 비판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수학 경시대회 문제를 풀기 위해 유사 문제를 수천 개씩 반복하는 “문제 은행식 훈련”이 실제로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는가 하는 질문이다. 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1980년대에 수학 경시대회를 준비하던 방식, 즉 처음 보는 문제 앞에서 오래 씨름하며 스스로 생각을 전개하던 방식이 진정한 정신적 유연성을 길렀다고 회고한다. 오늘날의 무한 반복 풀이 방식은 학생을 지치게 만들고, 더 심각하게는 “스스로 발명하는 기회”를 빼앗아 간다.


4부. 학교가 우울증을 유발하는 이유 — 철학의 문제

Loh 교수가 미국 IMO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목격한 장면은 그의 인생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최고 수준의 영재들, 즉 미국 전체에서 수학적 재능으로 선발된 최고의 청소년들이 여전히 깊은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 능력 때문에 더욱, 그들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그는 그 원인을 파악했다. 그들의 삶을 지배하는 철학이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는가”였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면, 우승하는 순간에도 만족이 없다. 더 강한 상대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구조 안에서 인간은 절대 충분히 잘하지 못한다.

Loh 교수가 제안하는 대안적 철학은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중독적이다.” 처음에는 5명을 기쁘게 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500명을 기쁘게 할 수 있었다. 그다음에는 천 명이 내 행사에 찾아왔다. 이 방향의 성장은 만족감과 성취감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은 역설적으로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성공과도 연결된다.

이는 단순한 자기계발식 조언이 아니다. AI 시대에 이 철학이 왜 “생존 전략”인지는 강연의 후반부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타인의 행복을 진정으로 추구하는 사람만이 AI 시대에 팀을 이루고, 관계를 유지하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5부. Loh 교수가 세상을 바꾸는 방식 — 교육 생태계 설계

이 챕터는 그의 사회적 기업가로서의 여정을 통해, 좋은 아이디어가 어떻게 현실적 임팩트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약 10년 전, 수학과 과학 주제에 대한 설명을 모아두는 웹사이트 Expii를 구상했다. 누구나 무료로 수학과 과학을 배울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고, 수익이 나지 않았다. 2019년 4월에는 미국에서 자신이 직접 강의하는 수학 수업 영상을 판매하는 유료 플랫폼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의 수익이 났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인간과의 직접적인 교류”에 대한 갈망이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약 2년 전, Loh 교수는 세 가지 고통점(pain point)을 동시에 해결하는 생태계를 발견했다.

첫 번째 고통점은 수학을 배우고 싶은 중학생들이 지식이 풍부하면서도 친절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고통점은 수학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킬 의미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 고통점은 연기와 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브로드웨이나 할리우드 배우를 꿈꾸는 이들이 자신의 열정을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파트타임 기회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 세 가지를 하나로 엮은 것이 그의 플랫폼 Live다. 수학에 뛰어난 고등학생이 중학생을 가르치는 수업을 진행하되, 드라마 전공자들이 커뮤니케이션 코치 역할을 하여 그 고등학생들이 더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수업은 트위치 게임 스트리밍처럼 시각적으로 매력적이고, 가르치는 이는 수학 천재이면서 미소를 띠고 있다. 모두가 이긴다(win-win-win). 이 플랫폼의 철학이 얼마나 철저한지는 다음 원칙에서 드러난다. “우리 회사에서 고등학생에게 어떤 활동을 요청하든, 나는 항상 이 질문을 한다. 이 고등학생의 바쁜 시간 중에 이것이 최선의 활동이라고 그 부모에게 설명할 수 있는가? 설명할 수 없다면 시키지 않는다.”

그는 이 생태계가 미국 고등학생의 1%, 즉 약 10만 명이 약 100만 명의 중학생을 가르치는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커리큘럼은 대수학, 기하학, 조합론, 정수론에 집중한다. 이 과목들이 선택된 이유는 단 하나다. 이것들이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커리큘럼”이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에서는 볼 수 없는 중학교 수학 경시대회 문제들을 통해, 학생들은 정해진 공식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훈련을 한다. 플랫폼의 목표는 학생들이 계속 수업을 듣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가능한 한 빨리 어떤 수업도 필요하지 않은 상태가 되게 하는 것”이다.


6부. 창의성보다 더 중요한 것 — 가치를 만들려는 의지

강연의 후반부에서 Loh 교수는 더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으로 나아간다. AI가 인지적 능력에서 인간을 따라잡거나 앞서기 시작했다면, 인간이 여전히 가질 수 있는 차별화 요소는 무엇인가?

그의 답은 “타인에게 가치를 만들어주려는 진정한 의지와 기쁨”이다. 기술적 스킬이 아니라 관계적 태도다. AI 시대에는 AI가 대부분의 일을 수행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왜 인간을 고용하는가? 누군가가 팀에 들어올 때 그 사람의 무엇을 보는가? Loh 교수는 말한다. “그것은 당신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느낌이다. 그들이 당신의 분위기(vibe)를 좋아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인간관계론이 아니다. 생존론이다. 그는 대놓고 말한다. “팀을 이루지 못하면 죽는다.” 물론 이것은 비유적 표현이지만, AI로 대체 가능한 것이 점점 많아지는 세계에서, 협업 상대로 선택받지 못하는 인간의 기회 비용은 점점 더 커진다. 그리고 누군가가 당신과 협업하고 싶다는 느낌을 갖게 하려면, 당신이 진정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려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연기나 전략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 진심이어야 한다.

또한 그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감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문제를 시각화할 수 없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술이 있어도 공감이 없으면 솔루션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 반대로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은 AI를 도구로 사용하여 훨씬 더 정교하고 적합한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


7부. 세상을 시뮬레이션하기 — 기업가의 핵심 역량

Loh 교수가 자신의 삶에서 의도적으로 훈련하는 능력이 있다. 바로 “세상을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다. 이것은 어떤 제품이나 전략을 머릿속에서 미래로 전개해보는 능력, 즉 “이것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상상하는 능력이다.

그는 구체적인 예시를 든다. 그가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바에서 매우 뛰어난 가수를 발견했을 때, 그는 순간적으로 궁금해졌다. 내슈빌의 Broadway(유명한 거리 이름)에서 공연 자리를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는 AI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가 원한 것은 단순한 요약이 아니었다. 그 장소의 배경, 어떤 종류의 뮤지션들이 그 자리를 원하는지, 프라임 타임 슬롯을 얻은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링크와 함께 이해하고 싶었다. AI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 후, 그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머릿속에서 “컨트리 음악 공연 생태계”의 논리적 구조를 직접 구축했다. AI가 보고서를 써준 것이 아니라, 그가 AI를 사용하여 자신을 더 나은 시뮬레이터로 만든 것이다.

이 차이는 결정적이다. AI에게 생각을 맡기는 것과, AI를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것. 전자는 사람을 의존적으로 만들고, 후자는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세상을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은 성공적인 기업가의 핵심 역량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양한 사람들과 실제로 교류하고, 그들의 필요와 한계와 욕망을 직접 체험함으로써만 길러진다. 책상 앞에서 이론적으로는 절대 습득할 수 없는 능력이다.


8부. AI의 첫 번째 도둑질 — 취향

Loh 교수는 AI가 인간에게서 빼앗아 가는 첫 번째 것을 “취향(taste)”이라고 명명한다.

인간은 본래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옷을 고르고, 글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다. 이 자기 표현의 기쁨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원천이다. 그런데 모든 결정을 AI에게 맡기기 시작하면, 예를 들어 오늘 무엇을 입을지 AI가 추천해준다면, 그 결정 과정에서 오는 고유한 즐거움과 자아 표현의 기회가 사라진다.

효율적인 것이 곧 좋은 것은 아니다. AI가 추천한 최적의 의상보다, 내가 고민하고 선택한 다소 어설픈 코디에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반복이 쌓여서 개인의 취향이 되고, 그 취향이 정체성이 된다.

Loh 교수는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즐기도록 만드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사명 중 하나라고 말한다. 생각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의무가 아니라 즐거운 놀이여야 한다. 자신만의 뒤틀림(twist)을 더하고,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주입하는 것이 삶의 재미이다. 그 재미를 AI에 이양하면, 삶의 질감이 달라진다. 그리고 한 번 잃은 이 습관은 되찾기 어렵다.


9부. AI의 두 번째 도둑질 — 진실을 구별하는 능력

AI가 인간에게서 빼앗아 가는 두 번째이자 더 위험한 것은 “비판적 사고 능력”, 즉 진실을 스스로 판별하는 능력이다.

세상은 복잡하다. 하나의 사건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 모두 사실인 진술들을 선택적으로 배열함으로써 전혀 다른 결론을 유도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편향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Loh 교수는 솔직하게 고백한다. “나도 아젠다가 있다. 나는 더 사려깊은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그는 이 강연을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타인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얼마나 재밌는 일인지 알게 되기를 원한다. 그 아젠다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강조한다. 모든 사람이 아젠다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아젠다가 당신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면 그 사실조차 알 수 없다.

AI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악화시킬 수 있다. AI는 매우 완결되고 설득력 있게 들린다. 어떤 주제에 대해 AI가 작성한 요약을 보면, 전체 이야기를 다 파악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실제로는 논쟁적인 사안의 한 측면만 보고 있을 수 있다. AI 자체가 특정 편향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그 편향된 그림을 완전한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10부. 5가지 관점 대 75억 개의 관점 — AI 편향의 문제

강연에서 가장 사회철학적으로 깊은 챕터다. Loh 교수는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주요 AI 플랫폼들을 열거한다. Claude, OpenAI, Gemini, DeepSeek. 언급하는 시점 기준으로 대략 서너 개에서 열 개 미만의 거대한 AI 공급자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세계는 75억 개의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75억 명의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수학에서 2+2는 항상 4다. 하지만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Loh 교수 자신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정답이 아님을 인정한다.

그런데 만약 인류의 절반이 똑같은 AI에게 그 질문을 던지고, 똑같은 형태의 답변을 수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관점의 다양성, 창의성의 원천이 되는 생각의 생태계가 급격히 단일화된다. 이것은 생물다양성의 손실에 비유할 수 있다. 다양한 생각들이 “아이디어의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더 나은 것이 선택되는 과정이 민주주의와 문화 발전의 원동력이었는데, 그 과정이 소수 AI 기업의 손에 집중되는 것이다.

수학처럼 명확한 답이 있는 영역에서 AI의 균질화는 효율을 높이지만, 가치관·세계관·철학처럼 다양성 자체가 중요한 영역에서 AI의 균질화는 매우 위험하다.


11부. 편향된 사고를 피하는 방법 — 다양한 출처를 의도적으로 소비하라

Loh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이 실천하는 구체적 방법론을 공유한다. 그는 뉴스를 볼 때 CNN.com만 보지 않는다. Fox News도 본다. X(구 트위터)는 공화당 성향의 콘텐츠가 노출되도록 조정하고, Facebook은 민주당 성향의 콘텐츠가 노출되도록 조정하여 매일 양쪽을 모두 확인한다.

그의 목적은 어느 편이 옳은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사건을 두 진영이 어떻게 다르게 서술하는지를 파악하고, 그 차이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두 진영은 같은 사건에서 서로 다른 가치를 강조한다. 그 가치의 차이를 이해하면, 논쟁의 본질이 보인다.

이 훈련은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다. AI가 생성하는 텍스트는 매우 완결되고 권위 있게 들리기 때문에, 그것이 하나의 관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놓치기 쉽다. Loh 교수는 강조한다. “AI는 논쟁적인 상황에서 당신이 전체 이야기를 본 것처럼 느끼게 만들 만큼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다.”


12부. 야간버스를 타는 이유 — 고통점 발견의 방법론

강연의 마지막 챕터에서 Loh 교수는 자신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방법, 그리고 진정한 공감 능력을 기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그는 뉴욕까지 야간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어떤 사람들은 “야간 버스에는 어떤 사람들이 탑승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피하지만, 그에게 그것은 “현실 세계”일 뿐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실제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지 않으면 그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그는 수년간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며 공원에서 무료 수학 강연을 열었다. 미국 전역의 공원에서 50명에서 100명의 청중이 모였다. 그 과정은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고객 발견(customer discovery)”이었다. 수천 명의 부모와 학생들을 직접 만나며, 그들이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체감했다. 그 경험이 Live 플랫폼의 큰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더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그가 미국 농촌 지역의 한 초등학교 4학년 수업에 깜짝 방문 교사로 들어간 이야기다. 그가 칠판에 “1+3+5+7+9 = ?” 라고 쓰자마자, 등호를 완성하기도 전에 아이들이 서로 “25!”를 외치며 자신들의 풀이 방법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활기차고, 서로를 존중하고, 진정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교실이었다. 그 학교가 위치한 지역은 고빈곤 지역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아이들은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었다. 돈이 없어서였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 “자기들만의 게임을 직접 만들어 논다”는 것이 답이었다. 디지털 기기의 자극 없이 자란 아이들이 오히려 더 순수하고 강인한 내재적 호기심과 창의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Loh 교수는 이것이 농촌 미국 전역에 숨어 있는 거대한 미발굴 잠재력이라고 말한다. 기술 자원에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 인지적 강인함. 이것이 과학과 기술의 미래를 이끌 예상치 못한 원천이 될 수 있다.


강연의 통합적 메시지 — AI 시대 생존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

Po-Shen Loh 교수의 강연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원칙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창의성은 더 이상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다. AI는 이미 수학올림피아드 수준의 문제를 풀어내고, 언어와 예술 영역에서도 인간에 필적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이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둘째, 생각하는 능력을 직접 훈련하라. 글쓰기, 독서, 논리적 소통, 낯선 문제 앞에서 씨름하는 경험 — 이 모든 것이 뇌를 훈련하는 운동이다. AI에게 맡기면 그 능력은 위축된다.

셋째, 학생이 아닌 교사처럼 생각하라.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검증하고, 방향을 설정하고, 품질을 판단하는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된다.

넷째, 타인에게 가치를 만들어주려는 진정성을 가져라. 기술적 능력보다 관계적 신뢰가 협업의 기반이 된다. AI가 대부분의 일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인간이 팀을 이루고 싶어지는 이유는 그 사람의 진정성과 태도에서 나온다.

다섯째, 다양한 관점을 의도적으로 소비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라. AI가 완결되고 설득력 있게 들릴수록, 그것이 하나의 관점일 뿐임을 기억해야 한다. 편향을 인식하고 다양한 출처에서 능동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습관이 필수적이다.


맺음말 — “사려깊음(Thoughtfulness)”의 회복

Po-Shen Loh 교수가 자신의 철학 전체를 집약하는 단어는 “Thoughtful”이다. 한국어로는 “사려깊다”고 번역할 수 있지만, 그 의미는 더 풍부하다. 생각하는 것을 사랑하고, 동시에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 단순히 효율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 사이의 연결과 가치 창출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 그것이 그가 말하는 “사려깊은 사람”의 모습이다.

그는 자신의 교육 생태계가 궁극적으로 이런 사람들의 공동체를 전 세계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 AI 이후 인류가 번성하려면, 효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즐거움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함께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강연은 기술의 속도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속도 앞에서 인간이 무엇을 붙들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 답은, 놀랍게도, 언제나 가장 인간적인 것들이다.


작성일: 202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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