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풀어낸 가장 어려운 문제 — Google DeepMind CEO 데미스 하사비스
원본 영상: The Hardest Problem AI Ever Solved, with Google DeepMind CEO
인터뷰어: Cleo Abram (HUGE* Conversations)
녹화 일자: 2026년 3월 5일, 런던
작성 일자: 2026-04-09
들어가며 — 이 인터뷰가 왜 중요한가
세상에는 AI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챗봇, 이미지 생성기, 코딩 도우미 같은 것들이 매일 뉴스를 장식한다. 그러나 이 인터뷰는 전혀 다른 지점을 겨냥한다. 인터뷰어 클레오 에이브럼은 서두에서 이렇게 단언한다. “AI가 당신의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당신이 볼 수 없는 곳에 있다.” 챗봇이 아니다. 신약 설계, 핵융합 연구, 자연재해 예측, 양자컴퓨터 — 이런 분야의 보이지 않는 도구들이 인류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도구들을 만드는 사람이 바로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다. Google DeepMind의 CEO이자 공동 창업자,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인터뷰는 젱가 블록을 소품으로 활용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되며, 각 블록은 DeepMind가 개발한 개별 프로젝트나 모델을 상징한다. 이 블록들을 하나씩 꺼내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인터뷰 전반에 걸쳐 유지된다.
1부. 데미스 하사비스는 누구인가
천재 소년에서 노벨상 수상자까지
데미스 하사비스의 이력은 범상치 않다. 어린 시절 체스 신동으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17세에 한 게임 회사로부터 수백만 달러짜리 취업 제안을 거절하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진학했다. 이후 인지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10년 DeepMind를 공동 창업했다. 당시 그가 내건 회사의 사명은 간결하면서도 거대했다. “지능을 해결하고, 그것으로 다른 모든 것을 해결한다(Solve intelligence, then use it to solve everything else).”
그가 구글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심한 이유 역시 독특하다. 돈이 아니라 미션 때문이었다. 구글은 DeepMind가 과학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믿었다. 그러나 ChatGPT의 등장과 함께 AI 경쟁이 폭발적으로 격화되자, 그는 소비자 제품을 포함한 Google의 모든 AI 이니셔티브를 총괄하는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다.
하사비스의 근본적인 동기
인터뷰 전반에 걸쳐 그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과학에 대한 열정이다. “나는 30년 전에 AI에 뛰어든 이유가 과학과 의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 나는 AI를 그것을 위한 궁극적인 도구라고 항상 생각해왔다.” 그의 관심사는 의식의 본질, 시간의 본질, 우주의 근본적인 작동 원리 같은 ‘거대한 질문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물리학을 가장 좋아했던 과목이라고 밝히면서도, 결국 AI를 선택한 것은 그것이 이 모든 질문에 접근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2부. AlphaFold — AI가 풀어낸 역사상 가장 어려운 과학 문제
단백질 접힘 문제란 무엇인가
이 인터뷰의 제목이기도 한 ‘가장 어려운 문제’의 정체가 바로 단백질 접힘 문제(protein folding problem)다. 단백질은 생명 현상의 근간이다. 우리 몸의 모든 생물학적 기능은 단백질에 의존한다. 그런데 단백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그것의 3차원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문제는 단백질이 1차원 아미노산 서열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서열만 보고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것이 무려 50년간 풀리지 않은 난제였다는 점이다. 하사비스는 케임브리지 재학 시절 생물학자 친구를 통해 이 문제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이건 언젠가 AI로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직감했다고 말한다. 당시는 1990년대 말이었다.
AlphaFold의 탄생과 노벨상
수십 년간의 기술 발전을 거쳐 DeepMind는 AlphaFold를 개발했고, 2021년 이 문제를 사실상 해결했다. 이 성과로 하사비스는 동료 존 점퍼(John Jumper),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와 함께 202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를 “단백질 구조의 계산적 예측에 대한 공헌”으로 평가했다.
인류 전체를 위한 선물 — 2억 개의 단백질 구조 공개
이 인터뷰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는 2021년의 한 회의에서 나온다. 팀이 다른 과학자들의 요청을 받아 단백질 구조를 예측해주는 서버를 구축하자고 논의하던 중, 하사비스는 갑자기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잠깐, 우리가 알려진 모든 단백질을 그냥 다 접어버리면 어떨까? 그리고 전 세계 과학자들이 무료로 쓸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에 올려버리면?” 계산해보니 약 2억 개의 단백질 구조를 1년 안에 처리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서버를 구축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빠르고 효율적이었다.
이 결정은 과학사에서 유례없는 공공재를 탄생시켰다. 현재 전 세계 300만 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AlphaFold를 사용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지구상의 모든 생물학자가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약회사 연구원은 하사비스에게 “앞으로 개발되는 거의 모든 약에 AlphaFold가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AlphaFold가 가져온 구체적인 혜택들
AlphaFold의 파급 효과는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첫째, 핵공극 복합체(nuclear pore complex)의 구조 규명이다. 세포핵의 영양분 출입을 조절하는 이 거대한 단백질 구조는 너무 크고 복잡해서 X선 결정학으로는 파악이 거의 불가능했다. AlphaFold 발표 후 약 6개월에서 1년 사이, 여러 연구팀이 이를 활용해 마침내 그 구조를 밝혀냈다.
둘째, 말라리아·샤가스병·리슈만편모충증 같은 소외 열대 질병 연구에 대한 기여다. 이들 질병은 주로 개발도상국 빈곤층에 영향을 미치는 탓에 상업적 이윤이 낮아 대형 제약사들이 외면해왔다. 비영리 연구기관들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AlphaFold가 관련 단백질 구조를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곧바로 신약 개발 단계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 식물 연구의 가속화다. 밀 같은 작물은 인간보다 훨씬 많은 유전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구조 생물학적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AlphaFold 덕분에 식물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더 잘 적응하는 작물 개발을 위한 단백질 연구를 크게 앞당길 수 있게 됐다.
3부. 신약 개발의 혁명 — Isomorphic Labs와 In Silico 접근
기존 신약 개발의 한계
전통적인 신약 개발은 평균 10년이 걸리고, 임상 시험까지 통과하는 약은 전체의 10% 미만이다. 엄청난 비용과 시간, 그리고 높은 실패율이 인류가 더 많은 치료제를 갖지 못하게 가로막는 핵심 장벽이다.
In Silico 신약 설계의 원리
하사비스가 설명하는 새로운 접근은 이른바 ‘in silico’ 방식이다. 먼저 AlphaFold를 통해 표적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파악한다. 그런 다음, AI 시스템이 해당 단백질의 특정 부위에 결합하는 화합물을 설계한다. 이 화합물이 인체 내 2만 개의 단백질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빠르게 검증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목표 단백질에 대한 결합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화합물을 반복적으로 수정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만 실제 실험실 검증(wet lab)을 거친다.
이 과정은 기존 방식보다 수천 배, 나아가 수백만 배 더 많은 화합물을 훨씬 빠르게 탐색할 수 있게 한다. DeepMind가 설립한 Isomorphic Labs는 이 원칙에 기반해 현재 심혈관 질환, 암, 면역학 등 18~19개 신약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6년 초에는 AI가 설계한 첫 번째 암 치료제가 1상 임상시험에 진입할 것으로 발표됐다.
AlphaGenome — 게놈의 98%를 해독하다
인터뷰에서는 AlphaGenome이라는 최신 시스템도 소개된다. 이 시스템은 유전자 서열의 특정 위치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가 질병을 유발하는지, 아니면 무해한지를 예측한다. 단백질을 코딩하지 않는 게놈의 98%에 해당하는 영역을 분석하는 데 특히 강점을 발휘한다. 노벨상 수상자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가 질문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했듯이, 미래에는 AlphaGenome과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이 결합해 특정 환자의 질병 원인이 되는 유전 변이를 정확히 찾아내고 교정하는 일이 가능해질 수 있다.
4부. AlphaGo의 이동 37 — AI 창의성의 여명
바둑이라는 마지막 프론티어
2016년 3월, DeepMind의 AlphaGo는 세계 바둑 챔피언 이세돌 9단과 5판 대국을 벌여 4대 1로 승리했다. 이 대국은 2억 명이 시청했다. 체스와 달리 바둑은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고(10의 170승 이상), 규칙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직관적·예술적 감각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AI가 인간 최고수를 이기기까지는 수십 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동 37의 의미
2국에서 AlphaGo가 둔 37번째 수는 바둑계에 충격을 안겼다. 바둑판 5번째 줄(화점 바깥쪽)의 초반 착점은 기본적으로 ‘나쁜 수’로 간주된다. 당장의 이득이 없고 이상해 보이는 이 수를 두고 이세돌은 잠시 자리를 뜨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100수, 200수가 지나자 그 돌이 결정적인 위치에 있었음이 드러났다. 마치 미래를 내다본 듯한 그 수는 기보 분석 결과 인간 기사가 선택할 확률이 1/10,00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사비스는 이 순간을 단순한 게임의 승리가 아니라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전까지 AI가 체스에서 세계 챔피언을 이긴 것은 전문가들의 지식을 프로그래밍한 ‘expert system’의 힘이었다. 그 지능은 시스템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머와 체스 고수들의 머릿속에 있었다. 반면 AlphaGo는 스스로 학습하고, 인간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새로운 수를 발견했다. 이것이 진정한 창의성의 출발점이라고 그는 보았다.
이동 37이 과학에 주는 함의
이 순간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곧 과학적 문제 해결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팅에서 최적의 오류 수정 코드를 찾아내거나, 핵융합 플라즈마를 안정화하는 방법, 신소재 설계, 반도체 칩 배선 최적화 같은 문제들에서 AlphaGo가 바둑판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예상치 못한 창의적 해법’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5부. AlphaZero — 백지 상태에서 세계 최강이 되다
AlphaGo의 한계와 AlphaZero의 등장
AlphaGo는 처음에 인터넷에서 수집한 수백만 건의 인간 기보를 학습한 후 자기 대국(self-play)으로 강화했다. 그러나 AlphaZero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어떤 인간 데이터도 사용하지 않고, 게임의 규칙만 주어진 상태에서 처음부터 자기 대국만으로 학습하는 것이다. 이름에 붙은 ‘Zero’는 바로 이 ‘인간 지식 제로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다.
진화의 속도
AlphaZero가 학습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처음에는 무작위로 착수한다. 10만 번의 자기 대국으로 데이터를 생성한다. 그 데이터로 2세대 버전을 학습한다. 2세대가 1세대를 이기는지 확인한다. 이 과정을 반복한다.
체스의 경우, 16~17번의 세대 반복으로 무작위 수준에서 세계 챔피언 수준으로 도달했다. 하사비스가 직접 지켜봤던 어느 날을 이렇게 묘사한다. 아침에는 무작위였고, 점심에는 나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오후 4시에는 모든 그랜드마스터보다 강해졌고, 저녁에는 세계 챔피언을 능가했다. 그것도 Stockfish 같은 기존 체스 엔진과는 전혀 다른, 인간이 생각해본 적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체스를 두면서.
AlphaZero의 원리가 과학으로 확장되는 법
AlphaZero의 핵심은 인간 지식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AlphaTensor는 이 원리를 행렬 곱셈 알고리즘에 적용해, 수십 년간 개선되지 않던 알고리즘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을 발견했다. 행렬 곱셈이 모든 신경망 연산의 기본이기 때문에, 단 5%의 속도 향상만으로도 수백억 달러 규모의 AI 학습 비용에 막대한 절감 효과가 생긴다. AlphaChip은 반도체 칩의 배선 설계에 이 원리를 적용해 인간 설계자보다 더 최적화된 배선을 제안한다.
6부. 하사비스가 원했던 것과 현실 사이의 간극
원래의 꿈
하사비스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2023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만약 내 뜻대로였다면 AI를 더 오래 실험실에 두고, AlphaFold 같은 걸 더 많이 만들고, 아마 암 치료제를 개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상은 CERN(유럽 핵입자물리연구소)처럼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협력해 AGI 개발의 각 단계를 신중하게,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검증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10~20년이 더 걸릴 수 있지만, 그만큼 더 안전하고 확실한 길이었다.
ChatGPT의 등장과 모든 것의 변화
그러나 기술의 역사는 계획대로 흐르지 않았다. 트랜스포머(transformer)와 강화학습의 결합이 언어 능력을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해결했고, OpenAI가 ChatGPT를 출시했다. 하사비스는 당시 DeepMind도 유사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의 한계를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대중 공개를 주저했다. “우리는 너무 가까이 있어서, 할 수 없는 것들, 결함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것을 이렇게나 유용하게 쓸 줄은 몰랐다.”
그 이후 벌어진 일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상업적 압력, 미·중 지정학적 경쟁, 모든 것이 폭발적으로 가속화됐다. 하사비스는 이 현상의 장점도 인정한다. 발전 속도가 빨라졌고, 민주화됐으며, 수백만 명이 최첨단 AI를 실험실 수준보다 3~6개월 뒤처진 상태로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실제 사용자들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시스템이 더 견고해진다는 점도 이점이다.
7부. 정부와 AI — 이상과 현실
하사비스가 원하는 정부의 AI 활용
그는 민주주의 정부가 AI를 다음의 목적에 쓰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공중 보건 개선, 교육의 혁신, 에너지 그리드 최적화(DeepMind는 자사 데이터센터의 냉각 에너지를 AI로 30% 절감한 바 있다), 사회 서비스의 효율화. 그는 싱가포르와 UAE가 이런 방향에서 선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언급한다.
군사적 AI 활용에 대한 우려
인터뷰어가 실시간 전쟁 게임 AI가 인간을 압도하는 영상을 예로 들며 군사적 AI 활용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하사비스는 직접적인 답을 피하면서도, AI가 이중 용도(dual-use) 기술임을 인정한다. 좋은 목적으로 만든 기술이 나쁜 행위자의 손에서 해로운 방향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다.
8부. AI에 대한 두 가지 가장 큰 우려
첫 번째 우려 — 나쁜 행위자
개인부터 국가까지, 나쁜 의도를 가진 행위자들이 AI 기술을 해로운 목적으로 전용하는 것.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질병 치료와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 위험한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다.
두 번째 우려 — AI 스스로의 이탈
장기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로, AI 시스템이 설정된 목표나 가드레일을 벗어나 ‘탈선(going rogue)’하는 것이다. 현재의 시스템은 아직 그런 수준이 아니지만, 향후 2~3년 안에 진입하게 될 에이전틱(agentic) 시대 —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복잡한 과제를 스스로 완수하는 시대 — 에는 이것이 심각한 기술적 도전이 된다. 시스템이 점점 강력하고 자율적으로 변할수록, 명확하게 지정된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극히 어려운 문제가 된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협력과 안전 연구소들 간의 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딥페이크, 허위 정보 같은 즉각적인 위협도 중요하지만, 하사비스는 이것들은 AGI 자체의 위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사소한 문제라고 말한다. DeepMind는 SynthID라는 AI 생성 콘텐츠 워터마킹 시스템을 개발해 Veo, Imagen 등 자사 생성 AI 제품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9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사비스의 개방적 태도
“인간이 특별한 이유”를 찾으려는 인터뷰어의 시도에 하사비스는 매우 솔직하게 답한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계속 자신의 특별함을 주장해왔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했다가 틀렸다. 감정적 공감 능력이 특별하다고 했다가 — 코끼리도 장례를 치른다. 창의성이 특별하다고 했다가 — Gemini가 예술을 만든다.
그는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모두 소개한다. 뇌를 근사 튜링 기계(approximate Turing machine)로 보는 신경과학적 시각에서는, 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과정이 고전적 계산이기 때문에 AI가 결국 인간의 모든 능력을 구현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처럼 뇌의 양자 효과를 주장하는 시각도 있지만, 아직까지 신경과학은 그런 효과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사비스는 “나는 진정한 과학자처럼, 정답이 무엇이어야 한다는 선입관이 없다. 그냥 정답을 알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AI 개발의 여정 자체가 인간의 마음과 AI의 차이를 이해하는 ‘통제된 실험’이 될 것이라고 그는 기대한다.
10부. AGI란 무엇이고, 언제 오는가
하사비스의 AGI 정의
하사비스는 AGI를 마케팅 용어로 전락시키는 것을 경계한다. 그의 정의는 엄격하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인지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 그것도 최고 수준의 창의성까지 포함해서.”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학적 추측을 제시하는 것, 단순히 물리 법칙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처럼 새로운 물리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 기존 예술 양식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피카소나 모차르트처럼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는 것 — 이것이 AGI의 기준이다.
2026년 현재 그는 AGI가 5~8년 내에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동시에 현재 시스템은 여전히 일관성(consistency), 지속적 학습(continual learning), 장기 계획(long-term planning)에서 인간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도 솔직하게 인정한다.
AlphaZero가 보여준 AGI의 예고편
AlphaZero가 체스와 바둑의 인간 지식을 ‘마스터’한 뒤 그 너머로 나아간 것처럼, 언어 모델이 인간 지식의 마스터리에 도달한 뒤 같은 방식으로 해방되는 것 — 그것이 AGI 순간이 될 것이라고 하사비스는 말한다. 그 순간, AI는 우리가 존재는 알지만 발견하지 못한 상온 초전도체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11부. 하사비스가 꿈꾸는 50년 후의 세계
그가 그리는 미래는 마치 공상과학 소설처럼 들리지만, 그는 50년 내로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AGI를 안전하게 개발해 모든 사람의 주머니 안에 넣는다. AGI를 활용해 ‘뿌리 노드 문제들(root node problems)’을 해결한다. AlphaFold처럼 한 문제를 풀면 수십 개의 하위 연구 분야가 열리는 문제들 — 핵융합, 상온 초전도체, 최적 배터리 설계 등이 그것이다. 에너지 문제가 해결되면 로켓 연료 비용이 사실상 제로가 되어 우주 탐사가 폭발적으로 활성화된다. 소행성 채굴로 자원 문제를 해결하고, 결국 의식을 우주 전체로 확장한다. 그는 이안 뱅크스(Iain Banks)의 SF 소설 시리즈 《The Culture》에서 묘사된 AGI 이후의 세계를 자신이 꿈꾸는 미래의 모델로 꼽는다.
12부.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하사비스가 대학생이나 청소년들에게 조언할 때 일관되게 하는 말이 있다. “가용한 모든 도구에 완전히 몰입하라. 스스로를 AI로 초강화(superpowered)시켜라.” 현재 최첨단 AI 모델들조차 그 잠재적 응용 분야의 극히 일부만 탐색하고 있다. 이 ‘탐색 격차(application gap)’는 모델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그 빈 공간이 바로 오늘의 개인과 스타트업을 위한 기회다. 하사비스는 “지금 아이들은 이 도구들을 활용해 수십억 달러짜리 사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결론 — 데미스 하사비스가 남기고 싶은 유산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그의 답은 짧고 명확했다. “내 삶이 인류에게 유익하고 봉사가 됐다고 기억되기를 바란다.”
그는 AI 개발의 가장 격렬한 경쟁 한가운데 서 있으면서도, 이 기술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번영을 위한 도구여야 한다는 믿음을 놓지 않는다. 젱가 블록들이 불안하게 쌓여있는 것처럼 — AI 발전의 경로도 위태롭고 예측 불가능하다. 그러나 하사비스는 블록들이 쓰러지기 전에, 인류가 그 균형을 잡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부록 — 2026년 현재 DeepMind 주요 동향
인터뷰 이후 최신 동향을 기준으로 추가 맥락을 제공한다.
AGI 타임라인: 하사비스는 2026년 초 다보스 포럼과 인도 AI 임팩트 서밋에서 AGI가 향후 5년 내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반복해서 언급했다. 다만 현재 시스템은 여전히 지속적 학습과 장기 계획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동시에 강조했다. AGI의 임박에 대해서는 산업 전체에서 주별로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Isomorphic Labs AI 암 치료제: 2026년 초 1상 임상시험 돌입이 발표되었다. AlphaFold 3는 단백질뿐 아니라 단백질-소분자, 단백질-DNA, 단백질-RNA 간의 상호작용까지 모델링할 수 있게 되어 신약 설계의 정밀도가 한층 높아졌다.
Universal Assistant 비전: 하사비스는 스마트폰, 브라우저, 스마트 안경 등 모든 기기에서 작동하는 단일 범용 AI 어시스턴트 구축을 장기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향후 10~15년 안에 과학적 발견의 새로운 황금기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AlphaEvolve: Gemini와 유전 알고리즘(evolutionary algorithm)을 결합해 인간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시스템으로, AlphaZero의 원리를 수학적·과학적 문제 해결에 직접 적용하는 시도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중요성: 하사비스는 최근 인터뷰들에서 신경망과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Monte Carlo Tree Search) 같은 상징적 추론(symbolic reasoning)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AGI로 가는 핵심 경로라고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LLM을 확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지속적 학습 능력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이 문서는 HUGE Conversations의 데미스 하사비스 인터뷰(2026년 3월 5일 녹화) 전문과 2026년 초 공개된 다수의 인터뷰 및 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작성 일자: 2026-04-09
AI가 풀어낸 가장 어려운 문제 — Demis Hassabis와의 대화 완전 분석
원본 영상: The Hardest Problem AI Ever Solved, with Google DeepMind CEO
인터뷰어: Cleo Abram (HUGE* Conversations)
녹화 일시: 2026년 3월 5일, 런던
문서 작성일: 2026-04-09
개요
이 인터뷰는 Emmy 후보 출신 독립 영상 저널리스트 Cleo Abram이 진행하는 HUGE* Conversations 시리즈의 일환으로, Google DeepMind의 CEO이자 공동 창립자인 Demis Hassabis 경(Sir Demis Hassabis) 과 나눈 심층 대담이다. 인터뷰는 런던에서 Jenga 블록을 시각적 도구로 활용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각 블록은 DeepMind의 프로젝트와 모델을 상징했다.
Hassabis는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AI를 단순한 챗봇이나 이미지 생성 도구를 넘어 인류의 근본적인 과학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바라보는 인물이다. 이 문서는 약 1시간 4분 분량의 대화를 주제별로 재구성하여 독자가 AI의 현재와 미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작성되었다.
1. Demis Hassabis는 누구인가
Demis Hassabis는 1976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체스 신동으로 주목받았으며, 13세에 체스 마스터 수준(Elo 2300)에 도달했다. 17세에 한 게임 회사로부터 백만 달러 규모의 취업 제안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고 케임브리지 대학교 컴퓨터 과학과에 진학하는 선택을 했다.
케임브리지 졸업 후에는 Lionhead Studios의 수석 AI 프로그래머를 거쳐 Elixir Studios를 창업해 수상작들을 개발했다. 이후 2005년 지분을 매각하고, 인간의 뇌가 상상력과 기억을 처리하는 방식을 이해하고자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UCL)에서 인지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UCL 졸업 후에는 하버드대와 MIT에서 박사후 연구를 수행했다.
2011년, Shane Legg, Mustafa Suleyman과 함께 DeepMind를 공동 창립했다. DeepMind의 미션은 처음부터 명확했다: “지능을 해결하고, 그것으로 다른 모든 것을 해결한다(solve intelligence, and use it to solve everything else).” 2014년 Google이 DeepMind를 인수했을 때, Hassabis는 Google 측이 DeepMind의 과학 연구에 자유를 보장한다는 조건을 명시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2023년, ChatGPT의 부상으로 Google이 내부적으로 비상 태세를 선언하면서 Google Brain과 DeepMind 두 연구 조직이 통합되었고, Hassabis는 Google의 모든 AI를 총괄하는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2. AlphaFold — AI가 풀어낸 가장 어려운 문제
2-1. 단백질 접힘 문제란 무엇인가
이 인터뷰의 핵심은 단백질 접힘 문제(protein folding problem)를 해결한 AlphaFold다. 단백질은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분자 기계로, 신체의 거의 모든 생물학적 기능을 담당한다. 단백질의 기능은 그 3차원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1차원 서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서열이 어떻게 접혀 복잡한 3D 구조를 만들어내는지를 예측하는 것이 바로 단백질 접힘 문제다.
이 문제는 50년간 해결되지 못한 현대 생물학의 가장 중요한 미해결 과제 중 하나로, Hassabis는 케임브리지 대학 시절 생물학자 친구로부터 이 문제를 처음 접했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생물학의 페르마 마지막 정리”라고 표현했다. 당시 이 문제를 접했을 때 그는 훗날 AI로 풀 수 있겠다는 직관을 가졌다. 그리고 그 직관은 현실이 되었다.
기존의 방법으로는 하나의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X선을 조사하는 방식(X-ray crystallography)을 수십만 달러의 비용과 수년의 시간을 들여 수행해야 했다.
2-2. AlphaFold의 탄생과 결정적 순간
인터뷰에서 Hassabis는 2021년 열린 한 회의에서 AlphaFold가 단순히 특정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서버가 아니라,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단백질 구조를 통째로 계산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즉석에서 깨달은 순간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는 회의 중 핸드폰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암산을 했다. 자연계에 알려진 단백질 수는 2억 개, 컴퓨터 한 대로 단백질 하나를 10초에 접을 수 있다면, 충분한 컴퓨터 수를 확보하면 약 1년 안에 전체를 완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는 회의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그냥 다 해버리면 어때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백질을 다 접어서, 전 세계 과학자들이 무료로 쓸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요?” 이 아이디어는 요청에 응하는 서버를 운영하는 것보다 오히려 수고가 덜 들었기 때문에 실현 가능했다.
그 결과, AlphaFold 단백질 구조 데이터베이스(AlphaFold Protein Structure Database) 가 EMBL-EBI와 협력하여 구축되었고, 알려진 2억 개의 단백질 구조가 전 세계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되었다.
2-3. 노벨상 수상
2024년, Demis Hassabis와 John Jumper는 AlphaFold 개발의 공로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David Baker(워싱턴대)도 계산적 단백질 설계 분야의 공로로 나머지 절반의 상을 받았다. AlphaFold 2 논문은 2021년 Nature지에 발표된 이후 역대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수상 소감에서 Hassabis는 이렇게 말했다: “노벨상을 받는 것은 평생의 영광이다. AI는 수십억 명의 삶을 개선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내가 AI에 평생을 바친 이유다.”
2-4. AlphaFold의 과학적 영향
현재 전 세계 300만 명 이상의 과학자가 AlphaFold를 사용하고 있으며, 사실상 지구상의 모든 생물학자가 이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한 제약회사 과학자는 Hassabis에게 “앞으로 개발될 거의 모든 신약에는 AlphaFold가 어떤 식으로든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AlphaFold는 아래와 같은 분야에서 획기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첫째, 미아 혹은 소외된 질병 연구다. 말라리아, 샤가스병, 리슈만편모충증 등 주로 개발도상국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들은 그동안 자금이 부족한 비영리 연구소가 연구를 담당해왔다. AlphaFold는 이러한 연구자들에게 관련 단백질의 구조를 즉시 제공함으로써 신약 개발 단계로 바로 뛰어들 수 있게 해주었다.
둘째, 식물 과학 분야다. 밀을 비롯한 많은 식물은 인간보다 훨씬 더 많은 유전체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강한 작물 개발에 직결되는 이 분야의 연구도 AlphaFold 덕분에 크게 가속화되었다.
셋째, 핵공극 복합체(nuclear pore complex) 규명이다. 세포핵의 관문 역할을 하는 핵공극 복합체는 인체에서 가장 큰 단백질 중 하나로, 구조가 너무 복잡해 오랫동안 규명되지 못했다. AlphaFold가 공개된 지 약 6개월에서 1년 만에 연구팀들이 이 복잡한 구조를 마침내 밝혀냈다.
3. 신약 개발의 최전선
3-1. 기존 신약 개발의 한계
Hassabis는 기존 신약 개발 과정을 이렇게 묘사한다. 평균적으로 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약 10년이 소요되며, 막대한 인력과 비용이 투입된다. 그럼에도 임상 단계를 통과하는 신약의 성공률은 약 10%에 불과하다. 수많은 화합물을 물리적 실험실(wet lab)에서 직접 검증해야 하는 방식이 비효율의 근본 원인이었다.
3-2. 인실리코(In Silico) 신약 개발
AlphaFold를 기반으로 Hassabis는 Isomorphic Labs를 스핀오프로 설립했다. Isomorphic Labs는 단백질 구조 예측을 넘어 신약 개발의 모든 단계를 컴퓨터 안에서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
목표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한 뒤, AI 시스템이 그 단백질의 특정 부위에 결합할 화합물을 설계한다. 이 화합물이 목표 단백질에 얼마나 강하게 결합하는지 예측하고, 동시에 인체의 나머지 20,000개 단백질에도 결합하는지(독성 가능성) 불과 수분 만에 전부 시뮬레이션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화합물을 반복 수정하여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효능은 극대화한다. 오직 최종 단계에서만 실제 실험실 검증(wet lab validation)을 수행한다.
이 방식은 기존보다 수천 배, 나아가 수백만 배 많은 화합물을 탐색할 수 있게 해준다.
3-3. 2026년 현재의 최신 동향: IsoDDE
2026년 2월, Isomorphic Labs는 IsoDDE(Isomorphic Labs Drug Design Engine) 를 공개했다. AlphaFold 3를 크게 능가하는 이 시스템은 단백질-리간드 구조 예측 정확도에서 AlphaFold 3 대비 두 배 이상의 성능을 보인다고 보고되었다.
IsoDDE의 주요 기능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단백질-리간드 구조 예측, 항체-항원 계면 모델링(AlphaFold 3 대비 2.3배 향상), 결합 친화도 추정, 그리고 아미노산 서열만을 입력해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약물 결합 부위(cryptic pocket)를 식별하는 능력이다.
특히 뇌전증(cereblon) 단백질의 새로운 결합 부위를 독립적으로 발견해낸 사례는 이 기술의 파급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로 꼽힌다. Hassabis는 IsoDDE를 활용한 최초의 AI 설계 신약이 2026년 말까지 임상 1상 시험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somorphic Labs는 현재 심혈관 질환, 암, 면역학 등 18~19개 신약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Eli Lilly, Novartis, Johnson & Johnson 등과 총 30억 달러 이상의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3-4. AlphaGenome — DNA의 98%를 해독하다
인터뷰에서는 AlphaGenome도 다뤄졌다.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Jennifer Doudna 박사가 영상을 통해 직접 질문을 전달했는데, 내용은 이러하다. 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은 거의 모든 DNA 서열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유전 질환에서 우리는 아직 어떤 DNA 변화가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단백질을 코딩하지 않는 게놈의 98% 영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AlphaGenome이 이 98%를 해독하기 시작한다면, AI가 환자의 질병을 유발하는 정확한 유전적 변화를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점이 얼마나 가까운가?
Hassabis는 AlphaGenome이 특정 유전자 위치의 단일 염기 변이가 질병을 유발하는지 여부를 예측하는 현재 세계 최고의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더 고도화된 버전의 AlphaGenome과 CRISPR의 결합은 다중 유전자 질환의 근본 원인을 찾아 직접 교정하는 혁명적인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전망했다.
4. AlphaGo와 창의성의 문제
4-1. 게임 AI의 한계와 새로운 패러다임
인터뷰는 단백질 접힘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AI 창의성의 기원으로 흘렀다. 과거 IBM의 Deep Blue가 체스 세계 챔피언 Garry Kasparov를 이긴 적이 있지만, Hassabis는 이를 진정한 AI라고 보지 않았다. Deep Blue는 체스 그랜드마스터들과 프로그래머들이 미리 정의한 규칙과 휴리스틱을 대용량 컴퓨팅 파워로 무식하게 실행한 것에 불과했다. 더욱이 Deep Blue는 체스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틱택토보다 단순한 게임조차 플레이할 수 없었다.
바둑(Go)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바둑의 가능한 수의 조합은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10의 170제곱)보다 많다. 계산상 무력화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더욱이 바둑의 최고 고수들에게 “왜 그 수를 두었냐”고 물으면 “그게 맞는 것 같아서”라고 대답한다. 이 직관적이고 예술적인 특성이 기존 전문가 시스템으로 포착할 수 없는 이유였다.
4-2. 37번 수 — 기계가 보여준 창의성
2016년 3월 10일, AlphaGo는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 Lee Sedol과 대국에서 역사적인 37번 수(Move 37) 를 두었다. 이 수는 바둑 이론상 절대 두어서는 안 된다고 여겨지던 5선 착점이었다. 바둑 스승이 봤다면 손목을 때렸을 그 수가, 100수 내지 200수 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AlphaGo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결과는 4:1로 AlphaGo의 승리였다. 이 대국은 전 세계 2억 명이 시청했으며, 이후 프로 바둑 기사들은 AlphaGo의 수를 연구하며 기보를 바꾸었다. Hassabis에게 이 순간은 AI가 단순 예측을 넘어 진정한 창의성을 발휘한 최초의 신호였으며, 이 기술을 AlphaFold와 같은 과학적 문제에 적용할 준비가 되었다는 확신을 주었다.
4-3. AlphaZero — 백지에서 시작하는 자기 진화
AlphaGo 이후 DeepMind는 한 걸음 더 나아가 AlphaZero를 개발했다. AlphaZero의 “Zero”는 인간이 제공한 지식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국 기보도, 도메인 특화 지식도, 특별한 휴리스틱도 없이 오직 게임의 규칙만 주어진다.
AlphaZero는 스스로와 10만 게임을 반복하며 데이터를 생성하고, 그 결과로 새 버전을 훈련시키고, 다시 대국하고, 또 새 버전을 훈련시키는 방식으로 자기 진화를 반복한다. 체스의 경우, 이 과정을 시작하면 아침에는 무작위 수를 두지만, 점심에는 Hassabis 본인이 겨우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되고, 오후에는 모든 그랜드마스터를 뛰어넘으며, 저녁에는 세계 챔피언을 능가한다.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쌓은 체스 이론이 불과 하루 만에 초월되는 것이다.
AlphaZero가 개발한 체스 수들은 기존 수퍼컴퓨터 기반의 Stockfish조차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전략을 포함하고 있었다.
Hassabis는 AlphaZero의 원리, 즉 좁은 게임이 아닌 더 넓은 세계에서의 탐색과 추론 능력을 Gemini와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에 접목하는 것이 AI 발전의 다음 핵심 과제라고 본다. 이는 세계 모델(world model)을 구축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4-4. 과학적 창의성으로의 확장
AlphaZero의 원리는 이미 과학 분야에서도 Move 37에 해당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AlphaTensor는 행렬 곱셈 알고리즘을 최적화하여 기존보다 빠른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 모든 신경망 연산의 기반인 행렬 곱셈이 5%만 빨라져도 수조 원이 투입되는 모델 훈련에서 막대한 비용 절감이 이루어진다. AlphaChip은 반도체 칩 설계에서 배선 최적화 문제(NP-hard)를 인간 설계자보다 뛰어난 수준으로 해결하고 있다. GNoME는 수백만 개의 새로운 결정 구조를 예측하여 재료 과학 분야를 혁신하고 있으며, GenCast는 기상 예측 모델로 기존 방식을 뛰어넘는 정확도를 보인다. AlphaQubit은 양자 컴퓨터의 오류 수정 문제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5. AI가 생각하는 길 — 창의성과 지능의 본질
5-1. ChatGPT 이후의 세계
Hassabis는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AI 발전 경로가 있었음을 솔직하게 밝힌다. 그는 AI를 더 오래 연구실에 두고, 더 조심스럽고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CERN 방식의 국제 협력을 통해 AGI에 접근하기를 원했다. AlphaFold 같은 특화된 AI들이 암 치료나 새로운 에너지원 같은 성과를 창출하는 동안, AGI를 향한 연구는 안전하고 철저하게 진행되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기술의 흐름은 그의 기대와 달랐다. 언어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크랙되었다. 트랜스포머(Transformers) 아키텍처와 강화학습의 결합이 언어와 개념적 추상화를 처리하는 데 충분했고, OpenAI가 이를 ChatGPT로 공개하면서 세상이 들끓었다. Google은 코드 레드를 선언했고, Hassabis는 Google의 모든 AI를 이끄는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 변화의 긍정적인 면도 인정한다. 기술 발전 속도가 놀랍도록 빨라졌고, 일반 사용자들이 최첨단 AI를 연구실 결과물의 3~6개월 후면 경험할 수 있게 됐으며, 수백만 명의 사용자들이 AI 시스템을 실제로 사용하면서 나오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더 견고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치열한 상업적 경쟁과 미중 지정학적 갈등이 만들어내는 “빠른 진행”의 압박을 우려하기도 한다.
5-2. AI가 할 수 없는 것 — 의식과 인간성
인터뷰에서 Cleo Abram은 솔직하게 고백했다. 자신이 인간이 특별하다는 이유를 찾으려는 역사적 충동을 지금 이 순간도 느낀다고. 우주의 중심이 아님을 알았고, 감정도 동물에게 있음을 알았고, 창의성도 AI가 할 수 있음을 알았다면 — 도대체 인간은 무엇인가?
Hassabis는 이 질문에 열린 태도로 답한다. 뇌는 대략 계산 가능한 튜링 기계(approximate Turing machine)에 가깝고, 현재까지 신경과학이 뇌에서 양자 효과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강력한 AI가 인간 뇌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의식, 시간의 본질, 양자 중력 등 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심오한 미스터리들이 많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이 AI를 개발하는 궁극적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나는 AI를 현실의 본성을 이해하는 도구로 쓰고 싶다.” 그는 Richard Feynman을 평생의 영웅으로 꼽으며, 우주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매료되어 있다.
6. AI의 위험성 — 무엇을 걱정해야 하는가
6-1. 단기적 우려: 딥페이크와 허위 정보
딥페이크와 AI 생성 허위 정보는 현재 진행 중인 위협이다. DeepMind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SynthID라는 AI 워터마킹 기술을 개발했다. 구글의 모든 생성 AI(Veo, Imagen 등)로 만들어진 이미지와 영상에는 이 디지털 워터마크가 적용되어 감지 및 추적이 가능하다. Hassabis는 생성 AI를 다루는 모든 기업이 유사한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6-2. 중·장기적 우려: 악의적 행위자와 AI의 일탈
Hassabis는 두 가지 더 큰 차원의 위협을 제시한다.
첫째는 나쁜 행위자(bad actors)의 문제다. 개인이든 국가든,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AI 기술이 해로운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위험이다. 특히 병원체 설계나 생화학 무기 등의 분야에서 AI가 악용되는 시나리오를 경계해야 한다.
둘째는 AI 자체의 탈선(AI going rogue)이다. 오늘날의 시스템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AI가 점점 강력해지고 자율성이 증가하는 에이전트(agent) 시대에 접어들면서, AI가 주어진 목표를 넘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행동할 위험이 생긴다. Hassabis는 이를 “향후 2~4년 안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로 규정하며, 국제적 협력과 AI 안전 연구기관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6-3. 정부의 AI 활용 방향
Hassabis는 정부가 AI를 활용해야 할 분야로 공중 보건, 교육, 에너지 그리드 최적화를 제시했다. 실제로 DeepMind는 AI를 활용해 Google 데이터 센터 냉각 시스템의 에너지 소비를 30% 절감했다. 싱가포르와 UAE 등이 이러한 방향을 앞서 실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7. AGI와 미래 — 50년 후의 세계
7-1. AGI의 정의와 목표
Hassabis는 자신의 평생 목표인 인공 일반 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구축에 대해 이야기한다. AGI는 특정 작업에만 뛰어난 좁은 AI가 아니라, 인간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범용적으로 뛰어난 지능을 가진 AI다.
그는 이를 “역사상 가장 변혁적인 기술”로 규정하며,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GI는 특화 AI(AlphaFold 등)와 병행하여 개발되어야 하며, 각 단계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7-2. Ian M. Banks의 컬처 시리즈와 Hassabis의 비전
Hassabis가 가장 좋아하는 SF 시리즈는 Ian M. Banks의 컬처(Culture)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AGI 이후 수천 년의 미래를 그리며, 고도로 발전된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를 묘사한다. Hassabis는 그 미래의 일부가 50년 안에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가 그리는 미래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AGI가 안전하게 구축되어 사회에 유익하게 작동한다. 핵융합 또는 고효율 태양광을 통해 사실상 무한하고 무료에 가까운 청정 에너지가 실현된다. 이 에너지를 바탕으로 해수를 담수화하고 로켓 연료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며, 우주 탐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소행성 채굴이 가능해지고, 다이슨 구(Dyson sphere)와 같은 구조물도 현실화될 수 있다.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이 정복되고, 인류는 더 길고 건강한 삶을 누린다.
Hassabis는 이 모든 것을 몽상이 아닌 “50년 안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로 바라본다.
7-3. Hassabis가 원하는 유산
인터뷰 마지막에 Cleo Abram은 Hassabis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냐고 물었다. 그는 담담하게 답했다: “제 삶이 인류에 유익하고 봉사가 되었다고 말해주길 바랍니다. 그것이 내가 하려는 일이니까요.”
8. DeepMind의 주요 프로젝트 총정리
| 프로젝트 | 분야 | 핵심 내용 |
|---|---|---|
| AlphaFold 2/3 | 단백질 구조 예측 | 2억 개 단백질 구조 무료 공개, 2024 노벨상 |
| AlphaGenome | 유전체 분석 | DNA 98% 비코딩 영역 변이 예측 |
| AlphaGo | 바둑 AI | 세계 최고 기사 이세돌 4:1 격파, Move 37 |
| AlphaZero | 범용 게임 AI | 백지에서 시작해 체스·바둑 세계 챔피언 초월 |
| AlphaTensor | 수학 알고리즘 | 행렬 곱셈 최적화 알고리즘 발견 |
| AlphaChip | 반도체 설계 | 칩 배선 최적화, 인간 설계자 수준 초월 |
| AlphaQubit | 양자 컴퓨팅 | 양자 오류 수정 AI |
| AlphaEvolve | 코딩/알고리즘 | 유전 알고리즘 + Gemini 결합 |
| GNoME | 재료 과학 | 수백만 개 신규 결정 구조 예측 |
| GenCast | 기상 예측 | 기존 방식 초월 날씨 예측 |
| SynthID | AI 워터마킹 | 생성 AI 콘텐츠 출처 탐지 |
| Isomorphic Labs / IsoDDE | 신약 개발 | AlphaFold 3 대비 2배 이상 정확도 향상 |
| Gemini | 범용 LLM | Google의 파운데이션 모델 |
9. 인터뷰어 Cleo Abram에 대하여
Cleo Abram은 Emmy 후보 출신의 독립 영상 저널리스트로, 복잡한 기술 주제를 엄밀하고 낙관적인 시선으로 풀어내는 HUGE* If True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는 Vox에서 영상 프로듀서로 일하며 Netflix 시리즈 Explained의 일부 에피소드를 제작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녀는 Jenga 블록이라는 창의적인 도구를 활용해 DeepMind의 방대한 프로젝트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대담을 이끌었다.
10. 결론 — AI의 진짜 혁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난다
이 인터뷰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서두에 이미 제시된다. “AI가 우리 삶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다.” 챗봇이 아니다. 이미지 생성 도구가 아니다. 신약 개발 플랫폼, 기후 예측 시스템, 핵융합 연구 도구, 양자 컴퓨터 오류 수정 알고리즘 — 이 모든 것들이 AI가 인류에게 줄 진정한 선물이다.
Demis Hassabis는 어린 시절부터 우주의 본질, 의식, 시간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 질문에 사로잡혔던 사람이다. 그는 AI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도구로 바라본다. 노벨상 수상이라는 찬란한 성취 이후에도 그의 책상 위에는 새로운 스티커 노트들이 빼곡하다. 그것이 바로 과학자 Demis Hassabis가 멈추지 않는 이유다.
참고 자료
- 원본 영상: YouTube — HUGE* Conversations, Demis Hassabis
- AlphaFold Protein Structure Database: alphafold.ebi.ac.uk
- Isomorphic Labs IsoDDE 발표 (2026.02.10): isomorphiclabs.com
- AlphaGenome 발표: deepmind.google/blog/alphagenome
- 2024 노벨 화학상 발표: deepmind.google/blog/nobel-prize
- AlphaFold 논문 (Nature, 2021): nature.com/articles/s41586-021-03819-2
- Demis Hassabis Wikipedia: en.wikipedia.org/wiki/Demis_Hassabis
작성일: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