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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창업론 —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인터뷰 분석

AI 시대의 창업론 —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인터뷰 분석

출처: “B2B SaaS는 없어진다. 유일한 사업기회는?”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동영상 게시일: 2026-02-22


1. 들어가며 — 연쇄 창업가 노정석이라는 인물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스타트업 마스터’,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연쇄 창업가다. 30년간 기술 창업 기반의 삶을 살아온 그는 스스로를 “IPO, 매각, 실패라는 세 가지를 모두 경험한 그랜드 슬램 타이틀 오너”라고 칭한다. 1994년 카이스트 입학과 동시에 해킹 세계에 빠져들었고, 포항공대·카이스트 해킹 사건으로 퇴학 직전까지 몰렸던 이 이공계 청년은 이후 한국 IT 역사에 굵직한 흔적들을 남겼다.

그의 창업 여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97년 첫 번째 회사를 공동 창업해 2002년 IPO에 성공했고, 2003년 독립 이후 워싱턴 DC에서 미국 국방부를 대상으로 사업을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귀국했다. 이후 2005년 블로그 플랫폼 ‘테터앤컴퍼니’를 창업했는데, 이 회사는 2008년 구글에 인수되며 아시아 회사 최초로 구글에 매각된 스타트업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 구글에서 약 2년간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실리콘밸리 빅테크를 경험한 그는 모바일 시대가 열리자 다시 창업에 뛰어들어 앱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파이브락스’를 설립, 글로벌 광고 플랫폼 탭조이에 매각했다. 이후 VR 기반 스타트업 ‘리얼리티 리플렉션’을 공동 창업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VR 스캔 스튜디오를 구축하기도 했지만 시장 자체가 아직 열리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철수했다. 그리고 현재는 AI 기반 화장품 회사 ‘비팩토리(B Factory)’를 이끌고 있다.

비팩토리는 2016년 9월에 설립되었으며 스킨케어 브랜드 ‘킵(KYYB)’, 색조 화장품 브랜드 ‘아멜리(AMELI)’, 그리고 AI 전성분 분석 서비스 ‘다페라(DAPHERA)’를 운영하고 있다. 비팩토리라는 사명에서 B는 단순히 Beauty를 의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Bio까지 확장될 개념으로 설계되어 있다. 외견상 뷰티 회사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기술 기업이며, 노정석 대표 스스로도 이 회사를 “The Future Brand Company”로 정의한다.


2. 구글 경험이 남긴 것 — 글로벌 빅테크의 철학

노정석 대표는 구글 재직 경험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시간으로 꼽는다. 처음 1년은 언어 장벽을 넘어 조직이 흘러가는 속도와 철학이 한국 회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에 압도당하며 “바보 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3년이 지나자 인도 동료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고 토론에서 이기기 시작했다. 구글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직장 경험이 아니라 세계 수준의 실행 철학과 조직 문화를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이었다.

2년을 채우고 그가 구글을 나온 이유는 흥미롭다. 당시 소셜 커머스 붐이 일면서 젊은 창업가들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보며 “이 편안함이 나를 영원히 잡아두겠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안정된 빅테크 직장이 오히려 창업가적 본능을 잠재울 수 있다는 자각이었다.


3. 뷰티 산업으로의 전환 — 비팩토리 창업 배경

패션 사업을 시도했다가 개인화된 실물 제품 제작의 스케일 문제(노동집약적 구조로 인한 단가 문제)에 부딪혀 방향을 전환하던 중, 누군가의 한마디가 새로운 문을 열었다. “패션과 다이나믹스는 똑같은데 훨씬 더 말이 되는 비즈니스가 있다, 그게 뷰티다.” 뷰티는 개인 맞춤형 제품 제작이 가능하면서도 패션처럼 노동집약적이지 않아 스케일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창업 초기에는 맞춤형 화장품 기계를 만들었지만, 막상 완성하고 나니 원료(잉크)가 없었다. 업계 연결망을 통해 코스맥스 부회장, 나아가 회장에게까지 사업 아이디어를 직접 설명하는 기회를 얻었고,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드럼통 분량의 원료를 받아 6~9개월간 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 무한 컬러 변환이 가능한 립 틴트 프린터를 완성했다. 비록 조잡했지만 “되는 것이 중요한 거”라는 태도로 데모를 선보였고, 코스맥스와의 협업 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포뮬러 완성 후 3주 뒤에 색깔이 변하는 문제를 맞닥뜨리며 “세상은 디테일이 지배한다”는 교훈을 체감했다.

코스맥스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것이 AI 기반 맞춤형 화장품 스마트 팩토리 ‘스위즐(Swizzle)’이다. AI 기반 성분 추천 엔진을 통해 개인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하고 포장과 배송까지 전 과정을 직접 통제하는 수직통합 시스템으로, 테슬라식 생산-판매 통합 모델을 화장품에 적용한 개념이다.


4. 3년간의 전략적 선택 — AI 시대를 위한 준비

노정석 대표가 비팩토리를 이끌면서 내린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기존 뷰티 산업의 성장 공식을 따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당시 뷰티 업계의 플레이북은 채널을 넓히고 퍼포먼스 광고를 공격적으로 투입해 매출을 키우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 공식의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후발주자가 동일한 방법으로 경쟁하면 높은 단가의 진입 장벽을 넘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우리는 저것보다 더 크게 바뀔 것을 먼저 하자”는 전략이었다. 3년간 매출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전체 매출의 92% 이상이 자사몰에서 발생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외부 채널(메타 퍼포먼스 광고, 구글 검색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이 선택은 데이터 주권을 자사가 가져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AI 시대에 고객 데이터는 곧 경쟁 우위이기 때문이다.

비팩토리가 자사몰 비중을 92% 이상으로 유지하는 전략적 이유는 분명하다. 노정석 대표는 “앞으로 고객은 상세페이지를 정독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 AI에게 ‘나한테 맞는 파운데이션 찾아줘’라고 물어보고 AI가 분석하고 요약해 준 정보를 바탕으로 구매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AI가 추천하는 브랜드가 되려면, AI가 학습할 수 있는 풍부한 고객 데이터와 맥락 정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5. 비팩토리의 AI 실험 — 헤바, 매직 미러, 다페라

비팩토리는 현재 고객을 향한 AI 서비스 두 가지를 운영 중이다.

첫 번째는 아멜리 자사몰에 탑재된 AI 퍼스널 쇼퍼 ‘헤바(Heba)’다. 백화점 1층 매장 직원이 고객의 피부톤만 봐도 최적의 제품을 추천하듯, AI가 온라인에서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헤바의 목표다. 고객이 자신의 고민과 취향을 텍스트로 입력하면 헤바가 분석해 적합한 제품과 뷰티 팁을 제공한다. 현재 일일 방문자의 5~7%가 이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 대화들이 축적되면서 브랜드만의 고객 인사이트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두 번째는 ‘매직 미러’ 앱이다. 고객의 얼굴을 인식해 현재의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을 분석하고, 특정 상황(파티, 데이트, 오피스 등)에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가상으로 시연해 준다. 단순한 AR 필터가 아니라 브랜드의 뷰티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술적으로는 손으로 조작하거나, 말로 지시하거나, 기존 스타일에서 선택하는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

세 번째 서비스인 ‘다페라(DAPHERA)’는 올리브영 입점 제품의 성분 정보를 AI로 분석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챗GPT가 올리브영의 모든 제품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간극을 채우는 정보 서비스로서 글로벌 사용자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도메인 특화 데이터를 보유한 자가 라스트 마일을 장악한다”는 그의 전략론을 직접 구현한 사례다.


6. AI 기술 흐름에 대한 노정석의 진단 — RLVR과 라스트 마일

노정석 대표는 AI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독자적인 프레임으로 분석한다. 2024년을 지배한 키워드는 RLVR(Reinforcement Learning with Verifiable Rewards)이었다. 핵심 원리는 단순하다. 맞고 틀렸음을 검증할 수 있는 벤치마크(보상 신호)만 만들 수 있다면, 모델이 수없이 많은 시도를 반복하면서 그 도메인을 학습해 나간다는 것이다.

RLVR이 가장 잘 작동하는 영역은 보상이 명확한 분야다. 코드는 실행되는지 여부로, 수학 문제는 정답 여부로 검증이 가능하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개발과 수학·물리·화학 분야는 AI가 빠르게 인간 수준을 추월하고 있다. 하지만 보상 신호를 만들기 어려운 영역이 있는데, 노정석 대표는 이 지점을 “라스트 마일(Last Mile)”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복잡한 상자를 접는 방법은 실제로 수없이 해보면서 체득한 암묵지(tacit knowledge)가 필요하다. 이 데이터셋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피지컬 AI 회사들이 각자의 로봇 폼팩터와 과제로 데이터셋 해자를 쌓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픈AI 출신들이 설립한 초전도체 재료공학 연구소가 클라우드 랩(로봇 실험실)을 연동해 물리 세계의 실험 결과를 보상 신호로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트 세계(AI 추론)와 아톰 세계(물리 실험)를 연결하는 이밸루에이션 파이프라인을 독점하는 자가 그 도메인을 장악한다는 논리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그는 “라스트 마일에 해당하는 이밸류에이션 파이프라인을 나만 독점할 수 있는 영역이 이제 유일하게 남았다”고 결론 짓는다. 신약 개발, 물리 인텔리전스 로봇, 그리고 뷰티·화장품 도메인이 그가 식별한 라스트 마일 영역들이다.


7. 붉은 여왕의 나라 — AI 시대 창업 환경에 대한 냉정한 진단

노정석 대표는 현재의 AI 창업 환경을 루이스 캐럴의 소설 속 ‘붉은 여왕의 나라’에 비유한다. 배경이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기 때문에, 제자리에 서 있으려면 최소한 배경과 같은 속도로 달려야 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그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그는 몇 가지 냉정한 진단을 내린다. 우선, “무슨 창업 아이템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답을 남에게서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클로드 코드를 만든 앤트로픽이나 오픈AI 내부에서도 지금 이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숨차게 달리고 있을 뿐이다. 같이 달리다 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고, 멀리서 바라보면 지나가 버린다.

다음으로, 과거 스타트업의 경쟁 우위였던 “좋은 엔지니어 다수 보유”라는 공장 모델이 해체되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오히려 과거에 자본·인재 접근성이 제한되었던 99%의 창업가들에게는 기회의 균등화를 의미한다는 역설적인 시각도 제시한다. “지금 99% 사람들한테는 너무너무 세상이 좋아진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과거 소수에게 쏠렸던 창업의 자원 장벽이 AI로 인해 낮아졌다는 관찰이다.

또한 바이브 코딩 기반 B2B SaaS 공식(소프트웨어 제작 대행 후 월정액 과금)은 이미 끝났다고 선언한다. 고객들이 직접 AI를 활용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외부 제작 서비스의 수요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가격이 0을 향해 수렴하는 상황에서, 살아남는 비즈니스는 다이슨 헤어드라이어처럼 “동일한 기능에서 다른 예술을 하는” 영역에서만 나온다고 본다.


8. 완전 자율경영 회사 실험 — 노바(Nova)와 풀 셀프 매니지먼트

노정석 대표가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노바(Nova)’라는 내부 AI 시스템이다. 목표는 회사를 ‘풀 셀프 매니지먼트(Full Self Management)’, 즉 완전 자율경영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다. 테슬라의 풀 셀프 드라이빙에서 따온 표현으로, 그는 이를 ‘오토노머스 컴퍼니(Autonomous Company)’라는 개념으로도 설명한다.

실행 방식은 다음과 같다. 직원이 퇴직하면 과거처럼 같은 역할의 사람을 채용하는 대신 대표가 직접 그 업무에 들어간다. 직접 수행해 보면 업무의 80%는 다른 시스템에서 트랜잭션을 가져오거나 보내거나 정리하는 것이고, 핵심 가치를 만드는 업무는 20%도 되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 80%를 AI와 코딩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가 깨달은 흥미로운 인사이트가 있다. 첫째, 대부분의 회사가 수행하는 업무의 본질은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것이다. 고객이 물건 사는 것, 물건 가져오는 것, 얼마 샀는지 보는 것, 마케팅, 콘텐츠 제작, 고객 응대 — 이 몇 가지가 전부다. 둘째, 사장이 실무를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라스트 마일의 세부 문제들을 이해할 수 없고, 이를 이해하는 사람만이 AI로 대체 가능한 부분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장이 실무를 하는 회사는 AI 시대에 엄청나게 강력해질 것이고, 사장이 실무를 하지 않는 회사는 없어져 버릴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이 맥락에서 나온다.

셋째, 역설적이게도 AI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놓아도 기존 직원들은 하던 대로만 하려 하며 새로운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관성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은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뿐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9. AI 시대 창업자 조건 — 똑똑한 또라이와 소명 의식

노정석 대표는 창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순고한 의지”를 든다. AI 시대에도 이 조건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는 피터 틸의 제로투원에서 언급된 논점을 인용하며, 래리 페이지·일론 머스크·마크 저커버그가 성공한 이유와 하버드 MBA 출신이 동일한 성공을 이루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한다. 하버드 MBA를 나온 인재들은 주변의 “이거 안 돼, 저거 안 돼”라는 피드백에 반응하며 사업 계획이 무난해지는 경향이 있는 반면, 래리 페이지와 일론 머스크는 “나는 화석 에너지를 종식시키겠다, 나는 화성에 가겠다”는 수준의 비전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이상적인 창업자 유형은 ‘똑똑한 또라이’ 혹은 ‘똑똑한 고집쟁이’다. 세상이 흘러가는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는 학습 능력이 선수 과목이고, 거기에 “나는 이걸 꼭 해야겠다”는 소명 의식이 더해져야 한다. 소명 의식이 있는 사람은 설령 실패하더라도 다음 시도를 만들어내지만, 그것이 없는 사람은 첫 번째 실패에서 그냥 멈춘다.

창업 아이디어의 진정성을 검증하는 그만의 방법도 흥미롭다.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그 사업을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은 3시간이 모자라도록 이야기를 쏟아낸다. 과거 사례, 미래 시나리오, 다양한 변수와 대응 방안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반면 그런 고민의 시간을 갖지 않은 사람은 처음 발표했던 슬라이드 불릿의 두세 가지 조합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10. 창업자가 예술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

이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인 통찰 중 하나는 AI 시대의 창업자를 예술가에 비유한 것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화풍과 작품 세계를 세상에 알리며 스스로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 처음에는 무명이지만, 진정성 있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발신하다 보면 그 가치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는 현재 가장 위험한 창업 패턴을 “미국에서 된 걸 빨리 가져와 아이템 삼아 돈 벌고 떠나겠다”는 마인드셋이라고 비판한다. 이 접근법은 “이게 옳은 세상입니다”라고 세상에 없던 가치를 정의하는 능력을 결여하고 있다. 반면 예술가적 창업자는 100만 명의 히트를 노리지 않는다. 몇 백 명, 몇 천 명만 자신의 가치에 동조해 주어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된다.

클로드 코드로 소프트웨어를 빨리 만들어 B2B SaaS 공식으로 패키징하고 월정액을 받는 모델은 이미 끝났다는 그의 선언은, 소프트웨어 가격이 0을 향해 수렴하는 현실에서 살아남으려면 코드가 아닌 ‘예술’을 팔아야 한다는 논리다. 다이슨이 1만 원짜리 헤어드라이어와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50만 원에 팔 수 있는 이유처럼, 기술이 범용화되는 시대일수록 그 위에 쌓인 고유한 가치와 경험이 차별화의 원천이 된다.


11. 마지막 남은 직업 — 앙트러프러뉴어(Entrepreneur)

AI 시대에 사라질 직무와 남을 직무에 대한 질문에 노정석 대표는 명확하게 답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의지를 발휘하는 것뿐이라고. 구체적으로는 “난 이걸 해야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계속해서 실행하는 역할이다. 그가 보기에 우리는 “이제 취직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만 취직에 성공하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 역설적인 표현의 의미는 이렇다. 더 이상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취직하는 시대가 아니라, 자신만의 앙트러프러뉴어십을 갖춘 사람들 — 즉 내적 동기와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들 — 이 선택적으로 조직에 합류하는 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단순 실무를 AI가 대체하면서,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간은 더 이상 처리자(executor)가 아닌 의미 창조자(meaning maker), 즉 기업가적 자질을 가진 사람이 된다.

그가 예술가와 앙트러프러뉴어를 동일선상에 놓는 이유도 명확하다. 예술가는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지점에서 자신의 작품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고, 기업가는 세상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서 솔루션을 외치며 그 방향으로 미래를 밀어붙인다. 일론 머스크가 고집을 부렸기에 재사용 로켓이 존재하고 전기차가 대중화되었듯이, 그 한 사람의 순고한 의지가 없었다면 그 미래는 아직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12. 핵심 인사이트 요약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의 인터뷰를 관통하는 핵심 인사이트는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라스트 마일이 유일한 해자다. 프론티어 AI 모델들이 일반 지식과 코딩, 수학까지 빠르게 정복하는 상황에서, RLVR로도 보상 신호를 만들기 어려운 영역 — 즉 현장 암묵지와 실물 실험이 필요한 도메인 — 이 인간과 기업이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해자다.

② 데이터 주권이 AI 시대의 경쟁력이다. 자사몰 92% 비중의 전략은 단순한 수익 모델의 문제가 아니라, AI가 학습할 고품질 고객 데이터를 자사가 통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AI 쇼핑 에이전트 시대에 추천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그 AI에게 데이터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③ 소프트웨어 가격은 0을 향한다, 예술적 가치는 반대다. B2B SaaS와 소프트웨어 제작 대행 모델은 AI로 인해 붕괴되고 있다. 생존하는 비즈니스는 기술 위에 고유한 미학과 가치 체계를 쌓은 것들이다.

④ 사장이 실무를 직접 해야 한다. AI 시대에 라스트 마일을 파악하고 자동화하려면 그 업무를 직접 해본 사람만이 무엇을 자동화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실무에서 멀어진 경영자는 AI 전환의 기회를 포착하지 못한다.

⑤ 앙트러프러뉴어십이 마지막 남은 직업이다. AI가 처리와 실행을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의 고유한 역할은 문제를 정의하고 의미를 창조하며 새로운 가치를 향해 끝까지 밀어붙이는 기업가적 의지다.


13. 비팩토리 주요 서비스 현황 (2025~2026)

서비스/브랜드분류핵심 AI 기능비고
아멜리 (AMELI)색조 화장품헤바(Heba) AI 퍼스널 쇼퍼, 매직 미러amelieheva.com
킵 (KYYB)스킨케어AI 성분 추천, KAIST 개발 ‘모아시스’ 히알루론산 기술기초 화장품
다페라 (DAPHERA)AI 정보 서비스올리브영 입점 제품 전성분 AI 분석글로벌 사용자 대상
노바 (Nova)내부 경영 AI풀 셀프 매니지먼트, 업무 자동화 파이프라인오토노머스 컴퍼니 실험

작성일: 20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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