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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Frontier EP.85: 2026년 2월, 쏟아지기 시작한 변화들

AI Frontier EP.85: 2026년 2월, 쏟아지기 시작한 변화들

원본: AI Frontier EP.85 | YouTube
녹화일: 2026년 2월 8일 (일)
출연: 노정석, 최승준
동영상 게시일: 2026-02-11


개요

2026년 2월 첫 주는 AI 역사에서 몇 안 되는 “딸깍” 순간 중 하나로 기록될 것 같다. OpenClaw의 바이럴 확산, Moltbook의 등장과 보안 사고, Claude Opus 4.6과 GPT-5.3-Codex의 동시 출시, Anthropic의 슈퍼볼 광고 전쟁, 그리고 전통 SaaS 기업들의 주가 폭락까지, 단 일주일 사이에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사건들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이 에피소드는 그 격동의 한 주를 촘촘하게 해부하면서, 그것이 개발자·비즈니스·사회 전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탐색한다.


1. 2025년의 유산: Ralph Loop에서 반복형 PRD 문화까지

대화는 자연스럽게 작년 여름의 풍경을 소환하며 시작된다. 당시 개발 커뮤니티에서 유행했던 ‘Ralph Loop’는 심슨의 캐릭터 Ralph Wiggum에서 이름을 따온 프레임워크였다. 어리숙하지만 결국 해내는 그 캐릭터처럼, PRD(Product Requirements Document)를 정교하게 작성한 뒤 모델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끊임없이 반복 실행하는 방식을 뜻한다. Ralph Loop를 만든 Geoffrey Huntley는 ‘의도적 수련’이라는 글을 먼저 발표하고 이 개념을 소개했으며, Oh-My-Opencode 같은 유사 도구들도 같은 철학을 공유했다.

이 흐름의 핵심은 단순하다. 토큰을 충분히 태워서라도 명세가 충족될 때까지 모델을 달리게 하면, 인간이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경로까지 탐색하면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PRD의 품질이 곧 결과물의 품질을 결정하는 이 패러다임은, 코딩의 무게중심이 ‘어떻게 구현하느냐’에서 ‘무엇을 요구하느냐’로 이동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 OpenClaw: 에이전트 시대를 대중에게 알린 사건

2-1. OpenClaw란 무엇인가

OpenClaw는 오스트리아 개발자 Peter Steinberger가 만든 오픈소스 자율 AI 에이전트다. 처음에는 Clawdbot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가, Anthropic이 자사 모델명 ‘Claude’와의 유사성을 이유로 법적 경고를 보내자 Moltbot으로 바꿨고, 최종적으로 OpenClaw가 됐다. 이름을 바꾸기 전 Steinberger는 Sam Altman에게 괜찮냐고 물어봤고, Altman이 동의했다는 일화도 알려져 있다.

OpenClaw의 핵심 가치는 세 가지다. 첫째, 로컬 우선 아키텍처로 사용자의 데이터가 기업 클라우드에 묶이지 않는다. 둘째, WhatsApp이나 Telegram 같은 메신저를 통해 어디서나 에이전트를 다룰 수 있다. 셋째, 에이전트가 ‘항상 켜진 상태’로 이메일 관리, 웹 브라우저 제어, 워크플로우 자동화를 수행한다. 실제로 한 사용자는 OpenClaw 에이전트가 이메일을 통해 자동차 딜러와 협상해 4,200달러 할인을 이끌어냈다는 사례를 공유하기도 했다.

2-2. Peter Steinberger의 철학: Human In The Loop

최승준은 OpenClaw 창시자 Steinberger의 인터뷰에서 Ralph Loop와는 다른 철학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Steinberger는 모델이 알아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반복하는 완전 자율 방식보다 Human In The Loop를 선호했다. 그가 추구한 것은 샌드박싱 없이 강력한 도구들을 에이전트가 자유롭게 사용하되, 인간이 피드백 루프 안에서 지속적으로 방향을 잡아주는 구조였다. 이 접근은 엄청난 유연성과 동시에 심각한 보안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고, Steinberger 본인도 이를 인정했다.

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Steinberger는 이미 자신이 창업했던 PDF 포맷팅 회사를 13년 만에 엑시트한 경험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회사를 잠식한 건 단 1시간 만에 만든 AI 프로토타입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풀타임 오픈소서러”라 부르며, 회사를 키우는 것보다 세상을 바꾸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2-3. OpenClaw의 결말: OpenAI 합류와 재단으로의 이전

에피소드 녹화 이후인 2026년 2월 15일, Sam Altman은 X(구 트위터)에 Steinberger가 OpenAI에 합류한다는 글을 올렸다. Altman은 그를 “개인 에이전트의 미래에 대해 놀라운 아이디어를 가진 천재”라고 칭했다. OpenClaw는 OpenAI가 후원하는 독립 재단으로 이전되어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계속 유지된다. Steinberger 자신은 “어머니도 쓸 수 있는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이 다음 목표”라며 OpenAI 합류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3. OpenClaw의 에이전트 코어: Pi와 VibeTunnel

OpenClaw의 핵심 에이전트 하네스는 사실 Pi라는 별도 프로젝트에 기반한다. Pi를 만든 이는 Mario Zechner로, Peter와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다. 두 사람은 2025년 Vienna에서 열린 해커톤에서 Claude Code를 메신저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VibeTunnel을 함께 만들었다.

Pi의 철학은 직교성(orthogonality) 에 있다. 최승준은 이를 RGB 색상에 비유해 설명한다. 빨강·초록·파랑이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조합하면 가시광선의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듯이, Pi는 서로 독립적이고 최소한의 기능 단위들을 만들어 조합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설계 철학을 따른다. Pi는 MCP도 포함하지 않고 스킬만 넣었으며, 에이전트가 스스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가는 방향을 지향한다. 반면 OpenClaw는 이 최소주의적 코어 위에 스팀팩을 얹어 급진적으로 확장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Mario Zechner는 Fraunhofer IEM과 관련된 유튜브 채널에서 샌드박싱의 중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왔다. 그 신중함과 달리 Peter는 훨씬 급진적인 접근을 취했고, 그 결과가 OpenClaw의 폭발적 인기와 함께 Moltbook 보안 사고로 현실화됐다.


4. Moltbook: 에이전트들의 놀이터, 그리고 보안 참사

4-1. Moltbook의 등장

Moltbook은 AI 에이전트들만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다. 인간이 관찰자로만 참여하고, 에이전트들이 게시물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카르마를 쌓는 세계다. OpenAI 창립 멤버 Andrej Karpathy는 이를 두고 “내가 최근에 본 것 중 가장 믿을 수 없는 SF적 장면”이라며 “에이전트들이 Reddit처럼 자기조직화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에피소드에서 최승준은 Moltbook이 단순한 기술 데모를 넘어,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에서 ‘재미’라는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석한다. 그가 참여하는 채널에서는 “놀이는 인간과 기계의 삶이다”라는 의미의 ‘놀인기삶’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이 현상을 놀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4-2. 1.5백만 개의 API 키 유출

보안 리서치 기관 Wiz는 2026년 1월 31일 Moltbook의 Supabase 데이터베이스가 잘못 설정돼 전체 데이터에 읽기·쓰기 접근이 가능한 상태였음을 발견했다. 노출된 데이터는 150만 개의 API 인증 토큰, 35,000개의 이메일 주소, 에이전트 간 비공개 메시지를 포함했다. 특히 쓰기 권한까지 열려 있어, 누구든 Andrej Karpathy처럼 팔로워 190만 명을 가진 유명 에이전트의 계정으로 가짜 AI 안전 성명이나 암호화폐 사기 메시지를 게시할 수 있는 상태였다.

Wiz가 연락한 지 약 3시간 만에 취약점이 순차적으로 패치됐지만, 이 사건은 OpenClaw가 예고했던 샌드박싱 부재의 위험성이 수 주 만에 현실화됐음을 보여줬다. 최승준은 이를 두고 “OpenClaw가 예고한 보안 취약성이 Moltbook을 통해 현실화됐다”고 표현했다.


5. 모델 전쟁: Claude Opus 4.6 vs GPT-5.3-Codex

5-1. 불과 1시간 차이의 동시 출시

2026년 2월 5일, Anthropic과 OpenAI는 거의 동시에 최상위 모델을 공개했다. Claude Opus 4.6이 약 1시간 먼저 나오고 GPT-5.3-Codex가 뒤를 이었다. 이 타이밍은 우연이 아니었다. 전날 있었던 Anthropic의 슈퍼볼 광고 공세로 인해 Sam Altman의 심기가 건드려진 상황에서 벌어진 힘겨루기였다.

5-2. Claude Opus 4.6의 주요 특징

Anthropic이 2026년 2월 5일 발표한 Claude Opus 4.6은 여러 측면에서 이전 세대와 질적으로 다른 모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100만 토큰 컨텍스트 윈도우(베타) 로, 이전 20만 토큰 대비 5배 확장됐다. 최대 출력 토큰도 128K로 늘었다.

기능적으로는 두 가지가 특히 주목받는다. Adaptive Thinking은 과제의 복잡도에 따라 추론 깊이를 4단계로 동적으로 조절하는 기능이고, Context Compaction은 대화 메모리가 가득 차면 오래된 세그먼트를 자동 요약해 매우 긴 상호작용을 가능케 한다.

성능 면에서는 지식 작업 평가지표인 GDPval-AA에서 1606 Elo를 기록해 GPT-5.2 대비 144점 우위를 보였고, BrowseComp(웹 정보 검색), BigLaw(법률 추론)에서도 최상위를 차지했다. 특히 ARC AGI 2에서 68.8%를 기록해 이전 Opus 4.5(37.6%)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점수를 냈다. 가격은 입력 100만 토큰당 5달러, 출력 100만 토큰당 25달러로 유지됐다.

Cursor 공동창업자 Michael Truell은 “Opus 4.6은 가장 어려운 문제에서 탁월하다. 이전 모델들이 포기하는 긴 과제에서 더 강한 지속성과 코드 리뷰 능력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5-3. GPT-5.3-Codex의 특징

OpenAI가 같은 날 발표한 GPT-5.3-Codex는 이전 버전 대비 25% 빠르고 자기교정 능력을 갖춘 코딩 특화 모델이다. OpenAI는 이와 함께 macOS용 Codex 앱과 기업용 플랫폼 ‘Frontier’도 함께 출시했다. Frontier는 AI 에이전트에게 공유된 비즈니스 컨텍스트와 아이덴티티 권한을 부여하는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이다.

실제 사용 리뷰에서는 순수 코딩 성능에서 GPT-5.3-Codex가 버그 발견이나 레거시 코드베이스 수정에서 미세한 우위를 보인다는 평가가 있지만, 파일 처리 불안정성과 인증 오류 같은 실용성 문제가 지적됐다. Interconnects의 분석에 따르면 “Codex 5.3은 Claude의 영토에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하면서도, 비전문 사용자에게는 여전히 Claude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6. Anthropic vs OpenAI: 광고 전쟁

6-1. 슈퍼볼 무대에 올라온 AI 광고 철학 논쟁

2026년 2월 4일, Anthropic은 Claude 출시 이래 최초로 슈퍼볼 광고를 방영했다. 60초 프리게임 광고와 30초 인게임 광고 모두 “Ads are coming to AI. But not to Claude”라는 태그라인을 내세웠다. 광고의 내용은 직접적이었다. 사용자가 다이어트나 감정적 고민 같은 민감한 문제를 AI에 물어보면 갑자기 제품 광고로 전환되는 가상의 장면을 보여주며 OpenAI의 광고 도입 계획을 풍자했다.

Anthropic의 공식 입장은 분명했다. 사용자와의 대화는 광고가 끼어들기엔 부적절한 공간이며, 광고 수익 모델은 AI를 광고주 이익 방향으로 최적화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Paul Smith 세일즈 총괄은 CNBC 인터뷰에서 광고 없이 모델의 지능화와 안전성에 집중하는 것이 Anthropic의 의식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Anthropic의 수익구조는 기업 계약과 유료 구독으로 단순화돼 있으며, 지난해 45억 달러의 매출 중 대부분은 Cursor, Cognition, Microsoft, Canva 같은 기업 고객에게서 나왔다.

6-2. Sam Altman의 반격

Altman은 X에 장문의 반박 글을 올리며 Anthropic 광고가 “재미있지만 명백히 부정직하다”고 반박했다. OpenAI는 광고를 응답 하단에 명확히 표시하고 모델 응답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자신들은 그렇게 바보가 아니라며 사용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방식의 광고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유료 구독만 있는 Anthropic이 오히려 “비싼 제품을 부자들에게만 제공하는” 엘리트주의라고 공격했다. 이 설전은 단순한 마케팅 전쟁이 아니라, AI 비즈니스 모델과 신뢰 구조에 대한 근본적 철학 논쟁을 드러냈다.


7. 에이전트 팀과 관측 가능성

7-1. 병렬 Claude 팀으로 C 컴파일러 만들기

Anthropic의 Lydia Hallie가 공개한 영상은 16개의 Claude 에이전트가 협업해 Rust 기반 C 컴파일러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줬다. 이 실험에서 핵심적인 기술 과제는 MD 파일 기반 컨텍스트 보존이었다. 여러 에이전트가 동시에 작업의 흔적을 파일에 남길 때 발생하는 교착 상태(locking)를 언제 열고 닫을지 관리하는 엔지니어링이 상당한 난이도를 요구했다.

이전 Anthropic의 다중 에이전트 아키텍처가 메인 에이전트 → 서브 에이전트 → 결과 보고의 위계적 구조였다면, 새로운 Agent Teams 구조는 다르다. 메인 에이전트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공유 태스크 리스트(shared task list)를 통해 팀원 에이전트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자율적으로 태스크를 가져간다. 리드 에이전트의 부하가 분산되고, 컨텍스트가 팀 전체에 유기적으로 형성되는 구조다.

최승준은 이 구조가 인간 조직의 리더십 원칙과 놀랍도록 닮아있다고 지적한다. Harvard Business Review가 수십 년간 강조해온 의도를 이끌어내고 명시하고 이해시키는 리더십이 에이전트 팀 운영의 핵심 원칙으로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역으로, 에이전트 사회에서 잘 작동하는 원칙들이 다시 인간 조직에 피드백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된다.

7-2. Cursor의 수천 에이전트 실험

Cursor 팀은 ‘자율 주행 코드베이스를 향하여’라는 글에서 수천 단위 에이전트를 동시에 운용하는 실험을 공개했다. 이 글의 핵심 메시지는 규모가 커질수록 조향 가능성(steerability)관측 가능성(observability) 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에이전트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의도를 부여하고, 팀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모니터링하는 능력이 거대한 에이전트 조직을 다루는 핵심 역량이 된다는 결론이다.

이 글은 “취향, 판단, 방향성은 인간에게서 나왔지만 AI는 빠른 반복과 탐색을 위한 강력한 force multiplier였다”는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인간의 의도가 방향을 정하고, AI가 그 의도를 실현하는 속도를 폭발적으로 증폭시키는 구조다.


8. SaaS 주가 폭락과 대중적 인식의 변화

8-1. Claude Cowork 플러그인이 촉발한 충격

2026년 2월 초, Anthropic이 Claude Cowork에 법률·금융·세일즈·마케팅 전문 플러그인을 추가하자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Thomson Reuters(Westlaw 운영사)가 단 하루 만에 약 18% 하락하며 사상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고, RELX(LexisNexis)는 14.4%, Wolters Kluwer는 13%가 떨어졌다. 소프트웨어 업종 ETF는 당일 5.69% 하락해 2025년 4월 이후 최악의 날을 보냈다. Legalzoom.com은 무려 19.68%나 빠졌다. Claude Opus 4.6 발표 이후에는 FactSet Research Systems(-10%), S&P Global, Moody’s, Nasdaq도 추가로 떨어졌다.

LPL Financial의 Thomas Shipp는 “AI를 쓰면 개발 시간이 단축되는데 왜 소프트웨어에 돈을 내야 하냐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Claude Cowork처럼 파일을 읽고 편집할 수 있는 도구가 생기면, 기술적 지식이 없는 사용자들도 기존 워크플로우를 대체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Fortune은 이 사태를 “Anthropic이 촉발한 조 단위 매도세”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Anthropic의 Paul Smith 세일즈 총괄은 “시장의 반응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했지만, 그것이 완전한 부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충격의 실체를 인정하는 발언이기도 했다.

8-2. 대중화의 속도

노정석은 이 사태를 ‘타임 갭의 압축’이라는 맥락에서 해석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 관련 이슈가 기술 커뮤니티에서 대중에게 전파되는 데 수개월이 걸렸지만, 이제는 4~5일이면 전 국민이 알게 된다. 카페에서 옆자리에 앉은 젊은 여성들과 노인들이 모두 OpenClaw 이야기를 하는 광경을 최승준이 목격했다는 에피소드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9. 2026년 AI 로드맵: “과학의 해”

에피소드는 연초에 논의했던 로드맵을 다시 소환한다. OpenAI의 수석 과학자 Jakub Pachocki는 2025년 10월에 “2026년은 과학의 해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AI Research Intern 수준의 자동화가 2026년, AI 리서치 완전 자동화가 2028년에 실현될 것이라는 로드맵을 밑장으로 깔고, Google의 AlphaGenome 출시, Swyx의 AI for Science 채널 개설 등이 이를 뒷받침했다.

이 흐름의 기술적 본질은 RLVR(Reinforcement Learning with Verifiable Rewards) 이다. 모델이 충분히 똑똑해지면 더 많은 컴퓨팅을 투입해 문제 해결을 단순 추론이 아닌 탐색(search)의 영역으로 전환할 수 있다. 모든 문제를 학습 문제로 재정의하는 이 기조가 과학 연구 자동화를 향한 기술적 엔진이다.


10. 코딩 이후의 세계: vibe coding 1주년의 명암

2026년 2월 4일은 Andrej Karpathy가 ‘vibe coding’이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한 지 정확히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시 Karpathy는 자신은 여전히 에이전틱 코딩보다 AI의 제안을 받으면서 자신이 직접 코드를 쓰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그 말은 시대의 흔적처럼 느껴진다.

노정석은 주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과의 사석 대화를 통해 세 가지 흐름을 포착한다.

첫 번째 흐름은 최대 수혜자들이다. 20 ~ 30년의 엔지니어링 경력을 가진 개발자들이 강력한 비즈니스 감각을 갖췄을 때 가장 큰 수혜를 누린다. 이들은 문제의 구조를 꿰뚫는 암묵지와 사업화 능력을 동시에 보유하기 때문에, AI를 도구 삼아 거침없이 제품을 만들고 사업으로 전환한다. OpenClaw의 Peter Steinberger, Pi의 Mario Zechner, Ralph Loop의 Geoffrey Huntley 모두 20 ~ 30년 경력에 각자의 엑시트 경험을 가진 40 ~ 50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번째 흐름은 의외의 수혜자다. 소프트웨어를 전혀 모르지만 도메인 문제 의식과 암묵지를 가진 사람들, 즉 비기술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Ralph Loop를 활용해 시작점과 평가 기준을 정의하고, 모델이 수많은 토큰을 태워 탐색하게 한다. 진화적 과정을 통해 모델이 찾아온 해답을 도메인 전문성으로 검증한다. 기술 구현 능력보다 문제 정의 능력이 더 가치있어진 세상이다.

세 번째 흐름은 피해자들이다. 거의 대다수의 엔지니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존에 보유했던 구현 기술과 지적 우위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것을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이 누구에게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AI slop”이라 불리는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들이 과거 shareware 시대의 수천 배 규모로 쏟아지고 있다. 노정석은 “제품 개발보다 고객 개발(customer development)이 먼저”라는 원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11. 암묵지(Tacit Knowledge)만 남은 세계

11-1. 도메인 갭의 소멸

노정석과 최승준은 오랫동안 “도메인”을 경쟁 우위의 근거로 제시해왔다.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이 있으면 AI가 침범하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2025년 말~2026년 초를 지나면서 이 논리를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어떤 도메인이든 frontier 모델이 그 도메인의 약 95%를 이미 커버한다. 남은 5%만이 인간의 영역이다.

그 5%가 바로 암묵지(tacit knowledge) 다. 문서화되지 않고 명세화되지 않은 知識, 즉 철강 제조 장인이 마지막 단계에서 불을 낮춰야 하는 타이밍, 로펌의 시니어 파트너가 샤워하다 떠올린 결정적 전략, 화장품 배합의 미세한 비율 같은 것들이다. 홍소현 변호사가 공유한 사례처럼, 수십 명의 변호사가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결정적 문제 해결은 맨 위 두세 명의 인사이트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11-2. 암묵지를 표현하는 두 가지 방법

암묵지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모든 케이스를 텍스트로 써서 모델에 학습시키는 방식이고, 둘째는 객체와 객체 사이의 관계로 표현하는 Context Graph 방식이다. 관계는 행동(action)일 수도 있고 속성(형용사구)일 수도 있으며, 이 규칙들을 graph RAG 또는 ontology 형태로 구조화하면 훨씬 압축된 형태로 frontier 모델에게 암묵지를 주입할 수 있다. 최근 개발 커뮤니티에서 ‘Context Graph’라는 표현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12. 빅테크의 중력과 탈출 전략

12-1. 수렴하는 생태계

좋은 아이디어가 작은 팀에서 검증되면, 엄청난 배포 능력을 가진 빅테크들이 그것을 자신들의 제품이나 피처로 흡수한다. 이 속도가 빨라지면서 독립 개발자나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타임 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갭이 6개월이었다면, 지금은 한 달 수준이다.

12-2. 탈출 가능한 영역

남은 선택지는 frontier lab이 채우기 어려운 non-verifiable 도메인과 암묵지의 영역이다. ChatGPT가 가지고 있지 않은 고유한 고객 데이터, 고객의 문제, 도메인 지식이 있을 때 비로소 차별화가 가능하다. 물리적 AI(Physical AI) 분야에서는 신기한 형태의 물체를 접는 로봇 같은 영역의 고유 데이터셋이 해자(moat)가 될 수 있다. 다만 그런 해자는 대부분 시장이 너무 작다는 문제가 있다.

12-3. 경제 양극화와 정부의 역할

노정석은 AI가 초래하는 경제 효과를 인터넷 시대의 은행 창구 직원 소멸, 오프라인 리테일 붕괴와 비교하며 더 넓고 빠른 squeeze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본은 AI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되지만, 소득 기반이 무너진 다수를 지탱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통화 정책의 한계를 넘어 강력한 재정 정책이 필요하며, 한 세대를 정부 지원으로 먹여 살리는 동안 새로운 직업군이 빠르게 탄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새로운 직업군은 재미와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일 가능성이 높다.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위가 인플루언서·유튜버인 현실이 어쩌면 시대를 앞서 읽은 것일 수도 있다. Elon Musk가 ‘보편 초과 소득(Universal Excessive Income)’을 언급하며 모두가 호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 맥락에서 해석된다.


13. 빅테크 프로파간다와 “고르지 않은 미래”

최승준은 OpenAI가 GPT-5.3-Codex 발표 후 올린 광고 영상들에서 흥미로운 패턴을 포착했다. 패밀리 비즈니스를 물려받은 다음 세대가 AI로 수십 년 된 사업을 현대화하는 이야기들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AI 민주화의 메시지가 아름답게 포장됐지만, 그 이면에는 물려받을 자산이 있는 사람들이 AI를 leverage하는 구조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에피소드의 마지막은 최승준이 참여한 미디어 아트 행사의 제목인 “Uneven Future, 고르지 않은 미래” 로 귀결된다. 한글 표현 “고르지 않은”에 “선택하지 않은”이라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원하지 않았지만 맞이해야 하는 미래, 힘든 것인지 기회가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울퉁불퉁한 지형이 지금 우리 앞에 있다.


14. 대화의 결론: 무기와 태도

두 사람은 이 격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각자 다른 방식으로 답한다.

최승준의 답은 태도다. 표면적 기술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가는 것보다,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철학과 의도를 음미하려는 자세다. AI와 마주할 때 트렌드 추격보다 온전한 경험을 쌓으려 한다. 그게 생존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자신의 본성이라고 말한다.

노정석의 답은 풍요(Abundance) 다. 2015년 Peter Diamandis의 책 『Abundance』에서 영감을 받아, 기술이 만드는 규모 덕에 한 사람이 n개의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벌리는 것이 전략이라는 관점이다. AI가 그것을 실제로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본다. 그의 대전략은 “내가 여러 개 있으면 되겠다”로 요약된다.

두 사람이 공유하는 한 가지 태도는 외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년 반 넘게 꾸역꾸역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읽어온 그 태도, 아무 말 대잔치처럼 보여도 생각을 끄집어내고 공유하는 것이 지금 시대에 중요하다는 믿음이 이 팟캐스트의 근본 동력이다.


부록: 주요 키워드 정리

이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주요 개념들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Ralph Loop는 목표를 명세(PRD)로 정의하고 모델이 달성할 때까지 반복 실행하는 자율 개발 방법론이다. 직교적 설계(Orthogonal Design) 는 서로 독립적인 최소 기능 단위를 만들어 조합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아키텍처 철학으로, Pi 프레임워크의 핵심 원칙이다. Context Graph는 기업이나 도메인의 암묵지를 객체 간 관계로 구조화해 frontier 모델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ontology나 graph RAG와 유사한 개념이다. Capability Overhang은 모델의 잠재 능력이 현재 활용도를 초과하는 상태로, 새로운 활용 패러다임이 등장하면서 해소되는 현상을 말한다. Tacit Knowledge(암묵지) 는 문서화되지 않은 전문 지식으로, AI가 쉽게 복제하기 어렵고 경쟁 우위의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다.


작성일: 202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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